오랫만에 글을 씁니다..
한 달에 한 권은 고사하고, 한 학기에 한권 쓰게 되었네요.
죄송합니다. 노력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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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희망 찾기
교육개혁은 왜 매번 실패하는가. 정병호 외

실패의 교육 vs 희망의 교육
아이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아이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잘 모르겠어요...” 왜 공부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아이들은 잘 모른다고 답한다. 별 생각 없이 그냥 하거나, 일단 무조건 해보는 것일 뿐이다. 이것이 이른 아침부터 한밤중까지 책상에 앉아 공부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다.

교육은 누구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아주 큰 문제. 전 국민이 모두 전문가가 되어서 교육문제를 이야기한다. 어떤 사람은 사교육이 문제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교사가 문제라고 한다. 교사들도 모이면 관리자들을 비난하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성토한다.

그렇게 우리는 교육의 수많은 문제점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지 못하거나,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문제점만 나열하다가 결국은 그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길을 헤매는 실수를 범하곤 한다.

그리고, 우리 교육 문제에 대한 진단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지만, 시원한 해결책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답답한 현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 『교육개혁은 왜 매번 실패하는가?』라는 제목도 또 하나의 넋두리처럼 보여서 ‘우리 시대 희망 찾기’ 라는 이름의 프로젝트와는 상당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평소 존경하던 박원순 변호사의 희망제작소의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서 발간된 책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 책은 몇몇 학자들이 책상 위에서 내놓은 연구물이 아니었다. 학생, 주부, 교사, 학원 강사들의 일상세계로부터의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 생생한 목소리가 들려주는 이 시대의 현 상황을 해석하고 체계화하는 과정을 통해 희망의 단서를 찾아본다는 것이다.

물론, 현장의 목소리를 중시한다는 이유로 시민들의 주장을 단순히 나열하기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장 속의 다양한 목소리를 그려내면서도, 그 안에 형성되고 있는 실천의 지향과 가능성을 담아내야 할 것이며, 지금까지의 다양한 이론적, 경험적 연구결과들과도 잘 연결되어야만 할 텐데,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어느 정도 합격점을 주고 싶다.

우리 학교 현장에서도 수많은 비판과 건의, 다양한 관점들을 그냥 흘려보내지만 말고 귀 기울여 듣고 의견을 모으는 작업들이 있으면 좋겠다. 작은 의견이라도 조금씩 받아들여지고 학교 운영 정책에 반영된다면 사람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될 것이고, 학교에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할 것이다.


교육열의 출발, 환상과 두려움
책의 구성을 살펴보자. 먼저 1장에서는, 우리 시대의 비뚤어진 교육열을 살펴본다. 특별히 우리나라에서의 교육열은 신분상승에의 욕망 내지는 환상, 그리고 낙오에 대한 불안에 기인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래서 끊임없는 서열 경쟁과 그것을 이용하는 수많은 게임들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2장에서 계속하여 말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에서의 교육과 관련된 수많은 행위들은 실제로 교육이라는 용어에 담긴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서열을 다투는 경쟁적 게임행위라고 정의하면서 말이다. 이는 사교육계는 말할 것 없고, 공공적 가치규범을 함양해야 할 공교육 현장마저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와중에 어느새 비판과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린 제도교육의 희망과 한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으며, 4장에서는 결국 배움은 학교를 넘어 삶의 터전 속에서 평생토록 일어나야 하는 것이며, 어떻게 자발적이면서 역동적인 배움의 기쁨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교육과정, 수업... 끝없는 고민
책 전반적으로 시사점이 참 많았지만, 개인적으로는 3장과 4장을 더 공감하면서 읽게 되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의 12년을 마치고 지금의 학교로 옮긴 이후로 생긴 새로운 고민들이 있다면 그것은 주로 수업의 방식, 내용, 그리고 교육과정에 대한 것들이다. 사실, 교사라면 가장 우선순위에 놓고 훈련되어져야 할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입시 위주의 수업에만 길들여져서 살다가 이제야 비로소 고민이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학습자의 실제 삶을 학습의 중심에 두는 교육과정 운용 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며, 교과서 중심 수업에서 ‘상황 중심적 수업’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은 충분히 공감한다. 그렇기에 국가가 제시하는 일률적인 커리큘럼보다는 단위학교가 학교와 학생의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을 개발하여 적용하도록 자율권을 달라고 우리는 요구하기도 한다. 실제로 창의적인 교육과정을 만들어내고 스스로 운영할 수 있는 자율적 권한을 학교 현장에 부여한다면 교사들에게도 큰 활력소가 되고, 다양한 교육활동도 많이 일어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스러운 것은, 단위 학교는, 그리고 교사들은 학생이 중심이 되고 존중받는 교육과정을 기획하고 운영할 능력과 준비가 되어 있는가이다. 사실 나는 학생 참여 방식의 수업을 진행하고 싶지만, 그런 수업을 받아본 적도 없었고,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학생들로 하여금 진정한 배움을 일으키는지 제대로 훈련받지 못했다. 교과 내용 속에 옳은 가치와 진리가 잘 녹아져서 가르치고 싶지만, 어떻게 재구성하여 가르쳐야 하는지 잘 몰랐다.

일차적으로는 교사로서 내 개인의 역량을 훈련하고 키워야 할 문제이지만, 이는 교사 개인이 풀어야 할 차원이 아니라 교사 공동체가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료교사들과 함께 새로운 교육을 풀어나가고 싶다. 학교공부만 잘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을 통해서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주체적으로 배움을 펼쳐나가는 능력을 가르치고 싶고, 지적 능력뿐만 아니라 인격을 다듬고 감성을 발휘하도록 가르치고 싶다. 이러한 가르침을 과연 혼자서 해낼 수 있겠는가.
  

핵심은 사람
책의 끝마무리에서는,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삶의 의미를 추구하고 만들어내는 실제적인 공간이라고 말하고 있다. 일상의 작은 것들에서부터 생각과 느낌을 이끌어내는 마음, 그리고 그것을 편안하게 나눌 수 있는 친밀한 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요란하고 분주하며 경쟁과 질주를 계속 강요하고 있으며 사람들의 관계는 더욱 겉돌고 있는 것 같다.

연구자들은 이렇게 정의한다. 아이들이 불안한 것은 세상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자기를 모르기 때문에 인생의 목표나 꿈, 그리고 세상과의 접점을 찾지도 못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증폭되고만 있다고 말이다. 이러한 상황을 생각하면 때론 거대한 장벽이 너무나도 높아 보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도무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교육 그 자체를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하며, 청소년 개개인들에게는 배움의 경로가 다양하게 제시되어 배움의 기쁨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이 책은 주장한다.

너무 꿈같은 이야기인가?
‘핵심은 사람이다’라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열정과 능력을 가지고 십대들의 삶에 다가가 배움의 동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지도력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배움의 가능성을 더욱 확장시키기 위해서 기존의 구태의연한 경계들을 넘나들면서 다양한 시도와 프로그램이 개발되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성적을 얻기 위한 공부를 뛰어 넘어 세상과 나를 발견하고 새롭게 하는 배움의 즐거움을 누리길 원한다. 그러고 보면, 나의 고민의 영역이 교육과정이나 수업, 그 한계를 넘어야 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이를 위해서 내가 더 깊이 사용되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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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길

2009.10.22
11:28:08
(*.106.190.2)
이범의 교육특강에 이어, 또 한 번 관심을 끄는 좋은 책이네요. 꼭 읽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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