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일을 하나님께 맡기고 나니,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내가 만약 이 학교를 떠나게 된다면...나는 무엇을 두고 떠날 것인가?'
집 가까운 곳에 옮길 생각만 했지, 막상 떠나게 된다면 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했던 우리반 아이들에게 나는 어떤 선생님으로 남을 수 있을까?'
'열심히 했던 선생님? 젊은 열기로 우리들을 사랑했던 선생님???'
그것은 아닌데....

개학을 하고 나니, 일은 더 복잡해 졌습니다. 시교육청에서 기초실력평가와 기본실력평가를 보는 바람에 3일이 빠지고, 졸업식 빠지고 나니, 아이들을 만나게 될 날은 6일..
'과연 나는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하나...?'
12월달에 아이들과의 좋지 않았던 끝맺음 때문에 2월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하는 고민에서
갑자기 고민이 바뀌었답니다. ^^

선생님들의 글들을 읽어보니, 제가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라는 것은 많이 보이려고 했지만,
복음의 핵심을 전하며 하나님 영접하도록 인도한 적은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요. 하나님! 제가 어느 곳에 가든지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고 행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세요. 지금이라도 매일매일 하나님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과 만나고 그들에게 하나님을 전하게 해주세요.'라는 기도를 드리며 이번주를 시작하였습니다.

시험감독에 들어갔더니 눈에 띄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야. 혹시 오늘 점심시간 괜찮니? 그럼 선생님 좀 잠깐 볼까?"
"왜요?"
"응... 이야기 좀 하고 싶어서."
"네.. 알겠어요."

점심시간이 되서 머뭇거리며 오는 아이에게 잠시 설명을 했습니다.
'네가 알다시피 선생님은 하나님을 믿잖니. 선생님이 힘들때마다 하나님은 너무나 큰 힘이 되어주셨는데, 네게 꼭 말해주고 싶어서 불렀단다. 선생님은 너의 ***한 점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 꼭 하나님을 전해주고 싶었단다. 선생님 이야기를 듣고 싶으면 종례 후에 남아서 이야기 들었으면 하는데... '

그 아이는 알았다고 말하고 돌아갔습니다. 어머니가 안 계시고 할머니와 살고 있는 아이이며 보통 때에도 소극적으로 사는 아이이기에 부르고 싶었습니다.
종례와 청소가 끝나고 나니, 그 아이는 몇 명의 아이들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왜 얘보고 남으라고 한거예요? 뭐 잘못했나요?"
"아냐... 나 잘 못한 거 없어. 선생님이 이야기하자고 했어. 너희도 남아라. 집에 같이가자! 응?"
이야기하는 것 보다, 친구들과 함께 집에 가고싶은 그 아이는 계속 아이들을 설득해서 함께 남자고 했습니다. 그 아이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저는 갑자기 5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부담스러워서, '응. 사실, 선생님이 교회를 다니잖니. 선생님이 믿는 하나님이 너무 좋아서 소개하고 싶어서.'라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왜요? 교회 같이 가자구요?" 항상 퉁명스럽게 말하는 그 아이는 제가 자연스럽게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일축해 버렸습니다.
"아니. 사실, 선생님은 집이 너무 멀잖니. 서울까지 같이 교회 가려구? 그게 아니라, 선생님이 어떻게 이렇게 자랐는지 컸는지 이야기하고 싶어서. 너희도 알잖니? 선생님이 차사고도 나서 병원에 3년이나 있었고,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이렇게 잘 지내는 게 신기하지 않니?"
아이들의 신기해 하는 반응에 점차 힘을 얻은 저는 더욱더 적극적으로 설득하게 되었습니다. "밑져야 본전인데 뭐. 앞으로 너희가 선생님 만나는 날이 몇 일이나 되니? 여태까지 함께 지내온 날을 생각하고 오늘 오후만 함께 시간을 보내자."

이렇게 교실 뒷편에 자리를 잡은 우리는 4영리책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4영리 책이 생각보다 어렵더라구요.^^ 거의 제 간증으로 이끌어 가면서, 중요한 구절과 기도를 참조했습니다.

·20년 불교신자였던 어머니가 딸의 차사고로 하나님을 믿게 된 이야기.
·차사고로 3년이상을 병원에서 보내며, '작은 간장종지 그릇이라도 좋으니, 하나님의 도구 로 쓰이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했던 이야기
·학교복학 후 적응못하고 거의 꼴등하며 왕따당했던 이야기
·집이 어려웠지만 간신히 대학 마친 이야기.
·그리고, 지난 12월 아이들에게 받은 상처가 너무 커서 힘들었지만,
하나님의 격려로 다시 우리반 아이들을 사랑하게 된 이야기.

워낙 겪은 일이 드라마라서 아이들이 신기해 했지만,
그 무엇보다도 자기들이 제게 준 상처가 얼마나 컸는지 알았기에 그들은 더욱 신기했나봅니다. "선생님. 그 때 허무하지 않았어요? 인생의 모든 의미가 다 사라진 것 같지 않았나요?"
"그럼. 꼭 배신당한 기분이었지. 일주일 이상 아무것도 못했으니까."
'그래.. 알것같아." "아이들이 좀 심했었잖아..."
한마디씩 하는 아이들. 그리고 물었습니다. "근데, 어떻게 허무함을 극복했나요?"

"응... 선생님이 믿는 하나님이 많은 것을 알게 해 주셨거든.
차 속에서 다시 살아난 것도 감사한 일이고, 너희의 담임이 되게 하신 일도 너무나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하셨고, 무엇보다도 너희를 사랑하는 기쁨이 내 삶의 만족임을 알게 해 주셨단다."

그 들중 몇 명은 제가 말한 그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고, 하나님이 정말 삶의 만족을 주시는 분이라면 믿는 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자신있게 권했습니다.
"정말이야. 하나님은 믿는 모든 사람의 삶에 만족을 주신단다."

남은 날동안 더 많은 아이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학기말이라 학교의 일들은 많기만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갖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2002.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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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2.07
10:55:01 (*.114.5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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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일

2001.11.30
00:00:00
(*.178.85.124)
선생님..글을 읽다보니..너무 감사하고 좋으네요.. [02/07-11:37]

민들레

2001.11.30
00:00:00
(*.41.239.31)
우리 정선생님, 너무 귀합니다. 하나님께서 지금껏 인도해 주신것, 앞으로 더 크게 쓰시려고 준비하신 것 같군요. 아름다운 끝맺음 되도록 기도할께요. [02/07-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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