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을 맡은지 한달이 지났습니다.
제가 아직 1학년을 너무 모르고 있기 때문에 힘든게 많습니다.

"선생님 .. 다 했어요. 그다음 뭐해요?"
아이들이 같은 것을 계속 질문하길래
"다한 친구들은 크로키장을 서랍에 넣고 노래책을 준비하세요"
한 12번 정도는 친절?하게 대답해 주다가..
계속적으로 연결되는 질문에 도저히 .. 힘이 들어서..
"여러분 이제부터 선생님에게 바로 묻지 마세요.
조원들에게 다 물어 보고나서 그래도 모르면 그때 선생님에게 물으세요"
우리반은 4명이 한 조로 운영이 되거든요.
그때 지수가 이렇게 되묻더군요.
"근데 선생님 조원은 뭐에요?.."
차라리 13번째 같은 답을 하는게 낫겠다..

수업 시간에 질문을 하고 싶을때는 손가락으로 1을 가르치며 손을 들게 훈련을 시켰습니다.
훈련까지는 좋았는데..
아이들의 질문의 내용과 그 시기는 정말 절묘했습니다.
유미: (질문있어요의 손가락으로 손을 들고 )선생님 !
나: 그래 유미 무슨 질문인가요?
유미: 근데요~ 우유는 언제 먹어요?
그때 제가 하고 있던 흐름은 [제자리에 놓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였고
더군다나..매일 2교시 마치고 우유를 먹은지 한달이 지났는데...

"자 알림장을 펴세요.
오늘은 4월 1일.. 이야.. 드디어 4월이 되었네요. 이제 3월이라 쓰면 안되요~~"
그때 맨앞의 목소리 큰 동준이가 묻더군요.
"선생님 이제 4월이면 2003년 인가요?"
이 무슨 우주 시대의 월력인가요?..

운동장 수업을 마치고 들어와 무지하게 화가 나서 막 화를 펄펄 내고 있는데 ^^;
나송이가 조용히 교탁앞으로 나왔습니다.
평소에 워낙 말이 없는 아이이기에..분한 마음을 삭히며
"나송이 왜? 무슨 일이에요?"
나송이 아주 조용한 소리로 제 귀에 속삭입니다
"선생님 나 양말 안 신었어요."
아니.. 자기 양말 안 신은걸 저보고 어쩌라구요.그것도 지금 이 시점에서..
그래도 이렇게 자기 의사 표현을 한 나송이가 기특해서 이렇게 말해 줬습니다.
"그래.. 나송아 내일은 예쁜 양말신고 선생님 에게 꼭 보여줘.."
그래고 다시 화를 내려니.. 참.. 그거 맥빠지더군요.

하루하루.. 정말 인내하는 것을 배워 갑니다.
진짜.. 1학년을 맡길 잘했습니다.
아니면.. 제가 이렇게 인내심 없고 무능력한 교사인지.. 계속 몰랐을 겁니다.
매일 매일 .. 와장창 깨지고 살고 있습니다.
매일 다시 빚으시려니.. 우리 주님도 참 힘드실겁니다. ^^;
조회 수 :
450
등록일 :
2002.04.01
17:11:42 (*.115.130.132)
엮인글 :
http://www.tcf.or.kr/xe/freeboard/100976/ecb/trackback
게시글 주소 :
http://www.tcf.or.kr/xe/100976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2618 교사대회 구원확신반운영 박은철 2004-07-16 379
2617 6월 TCFing 후기 김봉례 2016-06-28 379
2616 Re..제게도 도움이 됩니다. [1] 강영희 2001-12-10 380
2615 Re..눈에 선합니다. 이성우 2002-01-04 380
2614 Re..너무 너무 예쁜 홈페이지 감사합니다. 강정훈 2002-01-10 380
2613 여기 있는 이유 이민정 2002-01-12 380
2612 창원으로 발령났어요 오성주 2002-02-27 380
2611 12월을 맞으며 강영희 2002-12-02 380
2610 Re..여호와는... 손혜진 2002-12-11 380
2609 TCF 선생님들의 참여를 바랍니다.^^ 기윤실 2003-05-19 380
2608 1학년 야영~~ 2박 3일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리다. [4] 강진숙 2003-10-13 380
2607 환경호르몬이 없는 통나무 집에 오세요. 통나무집거장 2004-07-23 380
2606 중보 기도 요청 김덕기 2005-01-28 380
2605 2009년 홍보용 좋은교사저널 요청 [1] 김정태 2008-11-26 380
2604 시 한편 읽어보세요. [2] 윤선하 2001-12-12 381
2603 춘천 수련회 출발 안내 강영희 2001-12-23 381
2602 큰돌과 작은돌 홍주영 2002-01-04 381
2601 Re..저도 그래요. 윤선하 2002-01-07 381
2600 저는 지금 싸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1] 강영희 2002-03-17 381
2599 그자리에 있다는것만으로.. 최이화 2002-06-22 3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