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ㅇ선생님이 7호선 수락산역까지 차도 데려다 주셔서 한 정거장을 더 가서 도봉산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탔습니다. 시각은 10시 가까이 되었습니다. 밤이 늦었음에도 그리고 종점이 가까움에도 1호선은 항상 붐비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제가 탄 전철이 빈 자리는 없어서 서서가야했지만 조금 한산한 편이었습니다...반대쪽 문으로 가서 막 섰는데 광고 액자 한 모퉁이에 명함같은 것이 꽂혀 있었습니다. 어린이 왼편에 인쇄돼 있었고 오른 편에는 '제 어린 딸을 찾아 주세요'라는 간절한 염원이 담긴 제목 아래 잃어버린 딸의 신상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이름 최ㅇㅇ
나이 6세
실종 일시 2000. 4. 4.
장소 서울 중랑구 ㅇㅇ동... '

저는 올해인가 하고 다시 확인했는데 분명히 2000년 4월이니 벌써 1년 7개월 전에 딸을 잃은 것이었습니다. 부모는 그 동안 포기 않고 계속해서 딸을 찾고 있음이 분명했습니다. 저 인쇄물도 1년 전에 끼워 놓은 것이 아니라 어제나 오늘 낮에 끼워 놓은 것임이 분명했습니다. 전철에서는 저렇게 임의로 부착해 놓은 광고지를 그냥 놔두지 않습니다.

6살, 저 나이는 작년의 나이는 아닐 것 같았습니다. 작년에는 5살이었을 것 같습니다. 사진에서 5살 소녀는 입술을 꼭 다물었으면서도 눈과 볼에는 화사한 웃음을 담고서 살짝 흘긴 귀여운 눈으로 저를 환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제 눈에도 귀여운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귀여운 딸, 우리는 이런 딸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표현을 씁니다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5살의 귀여운 딸을 잃은지 벌써 1년 하고도 반년이 넘었다니 그 동안의 이 소녀의 부모가 겪은 그 가슴 저미는 안타까움과 슬픔을 누가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문득 4개월 반 전에 8년 간 키워오던 애완견을 산에 데리고 갔다가 어이 없게 잃어 버린 후 애간장을 태우던 제 심정이 살아났습니다. 아무리 강아지가 예쁘다고 한들 한낱 강아지일 뿐이요, 어찌 그 강아지를 이 예쁜 어린 딸과 비교나 할 수 있는 것이겠습니까? 강아지를 잃고 꿈에서도 강아지 꿈을 꾸며 강아지 잃은 일이 제발 꿈이기를 기대했지만 그러나 그 꿈은 바꿀 수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제 어린 딸을 찾아주세요' 간단하게 인쇄돼 있었지만 저는 그 글귀에서 그 소녀의 부모, 그 중에서도 소녀의 엄마가 부르짖는 애절한 부르짖음을 들었습니다. 차라리 세상을 떠났으면 단념이나 하련만 1년 7개월이나 계속되고 있는 그 고통을 누가 위로할 수 있겠습니까?...

오래 되었지만 tcf 여름 수련회를 마치고 귀가하던 어느 여름날 저녁에 귀가하던 저는 어느 골목길에서 뛰쳐 나오며 울고 있는 이 소녀 나이나 됐을까한 소년이 울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닥아가 말해보았지만 전혀 말을 하지 않고 계속 울기만 했습니다. 가게에 가서 하드를 하나 사주니까 그제서야 울음을 그치기는 했지만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생각다 못한 저는 가까운 파출소에 아이를 맡기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아기를 데리고 들어가 자초지중을 얘기하니까 순경이 잠깐 기다리러더니 조금 전에 아이를 찾는다는 신고가 들어왔는데 그 아이인지도 모른다며 전화를 했습니다.

그러나 곧 젊은 아줌마가 들어섰고 아이를 보는 순간 아이를 껴안고 울더니 이내 제게 무릎을 꿇고 제 손을 붙잡더니 여전히 눈물 젖은 얼굴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부르짖었습니다. 그 때 저는 유괴범이 왜 나쁜지를 절실히 이해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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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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