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일 때문에 고향으로 내려가는 길에 버스를 잘못 타,

결국 고향 가는 길, 엉뚱한 곳에 내려 8만원이나 내고

택시를 탔습니다. 가던 중 택시 안에서 심란한 생각을 몇자 적었습니

다.


- - - -


교원평가제도. 이 싸움은 적어도 우리 좋은교사운동 편에서는

패배가 예정된 싸움이다. 성공해서 도입되어도 패배요,

도입에 실패해도 패배인 이 희한한 싸움.

조직의 이익에는 도무지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패배가 예견된 싸움의 길로 우리는 왜 나섰는가?


내 핸드폰에 문자 항의가 날라오고, 깊은 생각 속에서 사려깊은 충고

를 해 주시는 분들의 말씀에 섬뜩 "길을 잘못 왔나" 두려움이 생겨, 돌

아보며 왔던 길 틀림은 없었는지 헤아려보는 세월의 고비를 여러번 겪

었다.


대국민 선언을 하기 전, 새벽에 주신 말씀, 교사와 국민들이 하나가 되

고 화해하기 위해 우리가 이 부담스런 십자가를 져야한다는 말씀...

100분 토론 당일 날, 이 부담스러운 짐을 인해 너무 힘겨웠을 때,

내가 너희 하나님이라는 그 말씀으로 나를 위로하시던,

큐티 끝나고 기도 끝내고 일어설 때,

그 새벽으로 미국에서 전화를 걸어, 하나님이 꼭 선생님께 전화하라고

했다고 하면서, "강하고 담대하라"고, "내가 너와 함께 하겠다"고

하시며 우시던 그 선생님...


공청회 무산시킨 날,

학부모들의 안타까운 호소에 내 양심이 흔들려, 이제 그나마 갖고 있던

구실도 내려놓고 조건 없이 수락하기로 했던 그날의 아픔...


문제를 풀겠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늦은 밤, 산란한 마음으로

시청 앞 거리를 지나 집으로 오며 흘리던 눈물...


그러나 지금, 마음 속으로, 좋은 이야기든 싫은 이야기든, 이제 그만,

우리가 할 일은 다 했으니, 더 요구하지 말라고, 정말 우리는

지금까지도 죽을 고비 넘기며, 어쩌면 이것으로 우리는 다 죽은 것이라

고 그렇게 생각하며, 이제 얼마 안 남은 힘으로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해

야하는 것 아니냐고, 그런 마음으로 이제는 나서고 싶지 않고, 개입도

하고 싶지 않다고... 약한 마음이 슬며시 자리를 잡는다.


홈페이지에 교사들이, 회원들이 분노와 섭섭함을 토로할 때마다,

더 많은 분들의 소리 없이 조용히 물러가며 마음 속 지지를 거두었을

교사들, 회원들의 돌아선 마음, 그 무서운 침묵과 그로 인한 고독이

찾아올 때마다, 그동안 쌓아두었던 신뢰의 자산을 다 까먹은 듯한

느낌이 스산하게 찾아온다.  


어디까지 가야할까? 이렇게 다 까먹고 우리가 그래도 가야할 길이

어디며, 얼마만큼 더 갈 수 있는가?


'교원평가제도'. 이것이 우리 운동의 끝이라면 여기서 장렬히 전사하고,

우리의 모임을 그만 두면 된다. 그러나 이것 때문에 우리가 모였던가.

숫한 그 험한 고비를 이것 때문에, 여기서 죽으려고

넘어 왔던가. 그것이 아니고, 우리는 가야할 길의 한 모퉁이를

직면한 것이고, 갈길은 아직 멀다면, 여기서 겪는 이 힘겨움은

어찌할 것인가? 전체가 아닌 부분인데, 여기서 모든 에너지를 다 소모

하고, 우리는 어찌할 것인가?


약속의 땅을 기업으로 주신 주님... 10만 기독교사들을 품는 비전을

꿈꾸었는데, 전체 기독교사들을 품고자 애썼는데, 여기서 "게토"처럼

소수의 무리로 남는 선택으로 몰려가는 이 흐름은 무엇인가?


실패와 패배의 쓴 잔을 각오하고 마셔버린 지금. 마치 다시 무엇을

되돌이킬 무엇이라도 있는 것처럼, 다시 시작하면 잘 할 어떤 아쉬움이

라도 남은 것처럼, 무엇인가를 붙들려는 이 원초적 두려움.

- - -

그러나 교직사회가 우리 때문에 아이들과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아니 그렇지 않더라도, 더이상 교사들의 잘못과 실수로 인해

이땅의 아이들과 부모들의 마음에 상처가 생기지 않고,

잘못된 평가로부터 고통받는 교사들을 지켜내고,

교사의 새로운 권위를 키워낼 수만 있다면,

이것을 계기로 오랜 동안 교사들을 힘겹게 만들었던,

그 자존감과 교사의 존엄성을 짖누르던 낡은 제도를 혁파할 수만 있다

면, 그래서 모두를 승리자로 만들 수 있다면,

우리의 "패배"는 잘된 일이다.


이 패배의 쓴 잔을 마심으로 모두가 누릴 "성공"의 전리품,

그중 우리가 취할 몫을 생각한다.


그러나 황망하게도,

우리가 이땅에서 누리며 취할 몫은 없고,

너희는 여기서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또 다시 나를 따르라 말씀하시는 주님의 그 말씀에,

또 다시 자리를 털고 일어나, 얄량하게 거죽밖에 남지 않은

이 육신을 던져, 다시 소모하는 일, 소진하는 일,

죽는 길을 선택하는 삶은 늘 외로운 일이다.
조회 수 :
580
등록일 :
2005.06.10
15:13:34 (*.38.45.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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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희

2005.06.10
22:54:35
(*.29.25.176)
비록 작게나마 선생님편(?)에서 함께했던 지난 5월, 덕분에 육신의 살도 빠졌고 영적인 군살도 뺄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가 궁금했는데...그 심정이 짐작했던 바이구요. 우리 회원도 아니고 초신자인 제 동서가 ,다른 선생님것까지 받아서 선생님들께 돌리고 남은 교원평가해설서를 다 챙겨가면서 100분토론에 나온 좋은교사선생님 얘기를 하더군요.포기가 아닌 하나님 주시는 방향을 찾는 고민. ...저도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이민정

2005.06.11
03:21:16
(*.195.50.89)
저도 요즘 선생님의 근황이 많이 궁금했던 터였습니다. 마지막 마침글이 심금을 울립니다.
다시 일어나... 다시 소진하는 일.. 죽는 길을 선택하는 삶은..
늘 외로운 일이라는 말씀...
그 날이 이를때에...
하나님이 함께 하셔서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씻기시며
다시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것이 지 있지 않으리라는...요한게시록 말씀이 문득 생각납니다.

김정태

2005.06.11
08:47:17
(*.184.246.189)
아무리 생각해도 교원평가제도에대해 좋은교사운동이 선택한 길이
옳다고 생각됩니다. 지금은 어둠이나 멀지않아 터널 끝이 보일 것이라 믿습니다. 송선생님 힘내십시요!

정해경

2005.06.11
21:00:10
(*.247.151.7)
어제 저희 집에 키르기즈에서 계시던 의사 선생님 가정을 초대 했었습니다. 그분이 하셨던 말씀이 저으 뇌리에서 떠나질 않아 적어봅니다. 자신은 의사가 된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데 교사가 정말 너무 중요하다고 하시며 이땅의 교육계에 정말 책임을 지려고 기도하는 교사가 두 세명만 있어도 이땅의 교육은 변화 될것이라고 하셨는데 그때 송인수 선생님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선교는 실패하는것이라고 하시더군요. 우리의 삶은 실패하는것이 정상이고 당연하다고 그리고 선교의 마지막 결과는 십자가라고 ... 나중에 천국에 가면 하나님이 꼭 상주실거에요. 잊지 마세요. 힘내세요

이성우

2005.06.15
18:25:44
(*.106.161.140)
송인수 선생님 힘내세요.

이영식

2005.06.27
14:28:03
(*.34.182.18)
동일한 교사로서 힘들고 어려운 길을 걷고 계신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많습니다. 용기를 내시고 하나님의 선한 뜻에 따라 말씀에 힘을 얻기바랍니다.

은을향

2005.07.04
22:02:10
(*.81.62.69)
선생님 힘내십시오. 선구자 노래말처럼, 외로운 길, 좁은 길을 가노라면 갈멜산에서 불을 내리시던 하나님의 함께하심을 경험한 엘리야의 체험도, 그 큰 일의 뒤에 따라오는 현실의 살벌함을 외로워서 이기지 못해 죽고자하던 엘리야가 생각납니다. 로뎀나무 아래 엘리야의 하나님, 송인수 선생님의 하나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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