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교내 백일장에서 동상을 탄 우리반 주옥이의 동시입니다.
저를 주제로 쓴 이 동시를 보시고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이 한바탕 웃으셨지요.
고민? 고민? 하다 띄웁니다. 함께 웃으시라고요... ~^^~ -

가을

5학년 1반 김주옥

우리 선생님
가을 타시는
우리 선생님

가을이 되면
노총각 신세로
가을이 되면
아! 외롭다 하시네

가을은 선생님의 원수
가을에 한이 맺힌
우리 선생님

가을이 되시면
우리 선생님은
쓸쓸한 남자가 되시네

우리 선생님은
언제쯤이면
장가를 가실고

그때쯤이면...
우리 선생님은
가을에 심심하지 않겠지...
(선생님 죄종해요.)


★ 제 심사평을 말씀드리자면! ★
☞ "위 동시의 우리 선생님 모습은 어디까지나 제자의 시적 창조로써 실제와 일치하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리고 저 노총각 아니에요!"

주옥이의 동시를 보며 저 역시 한참 웃었죠.
애들이 왜 그렇게 웃음꽃이 피었냐고 묻기까지 했었죠.
아이의 글 속에 담겨진 나를 보며...
내가 사랑하는 아이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을 대하며...
행복함에서 피어나는 웃음이었나 봅니다.


여담... (좀 읽기 거북하실런지도 ~^^~)

춘천에서 이사온 뒤 다닌지 1년 된 지금 교회에선 형제 자매들이 으레 제가 애인 있는 줄 여기다가 근대들어 아닌 걸 알곤 의아해 했는데... 제가 애인이 있는 사람처럼 보인데나, 그런 느낌이라나... 그럼 이렇게 말하곤 했죠. "저 애인 있어요. 주님이랑 사겨요."

그런데 우리 아이가 그렇게 표현함은...

아마도 우리 아이들이 선생님이 애인없는 걸 알기에...
어제 아침엔 몇 몇 얘들이 양복에 묻은 먼지를 뜯어 주면서 하는 말이
"선생님 양복에 먼지가 뭍었어요. 선생님 불쌍해요."
"뭐가?"
"장가 갔으면 색시가 양복 먼지 털어줬을텐데!"
"야, 이놈들아! 선생님이 양복 먼지 털어달라고 결혼하냐!"
"그래두... 불쌍해요."
"짜식들! 불쌍하긴 뭐가 불쌍해. 이렇게 이쁜 애인들이 많구만. 나보다 애인 많은 남자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치! 언젠 딸들이라더니... 그리고 남자애들도 있는데 그럼 선생님은 트렌스젠더에요!"
"그럼~ 남자애들이 얼마나 이쁜데!"
"어우~~~ 어디가 이뻐요!!... "
"하여튼 여자 아니랄까봐 질투심은... 게다가 시기심까지! 아유~ 이쁘지만 않았어도! "
"이제 알으셨어요? 저희 이쁜 거!!"
"그래 뭘 먹고 그렇게들 이쁘니? 아하! 선생님 사랑 먹고~~~"

오늘도 나의 압승!!

하루를 살아가다 맛 본 제 소박한 행복을 나누고 싶었는데... 다들 속이 괜찮으셨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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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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