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이 (가칭) '학교 촌지근절법'을 제출한다는 뉴스가 스승의 날 바로 다음날인 오늘 전해졌습니다.

학생들 앞에 서기 낯뜨겁고 부끄럽습니다.

나름대로는 채택료 거절하며 선배교사들로 부터 받은 눈총을 속으로 삭이면서도 아이들 앞에 그런 일들이 있다는 사실조차 말할 수 없고, 몇 년 전 집 살 때 중개업자도, 법무사도 말렸지만 실거래가로 신고하고 고액(?)의 세금을 물고 누구 앞에서도 떳떳했지만, 이런 뉴스를 접하고 보니 나도 학생들에게는 그렇게 비치겠구나 하는 생각에 머리를 들 수가 없습니다.

이번 스승의 날에...비록 담임은 아니지만 여러 아이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몇 번이나 고민하여 쓴 흔적이 있는 정갈한 글에, 포스트잇 붙인 음료수 병 하며, 손에 분필 뭍는게 안타깝다며 제가 세 색깔 분필을 쓴다는 것과 분필 사이즈 가는 것을 쓴다는 것까지 간파(?)하고 세 종류 분필끼우개를 선물한 마음, 멀리 있는 졸업생들이 문자로, 여러 통의 전화로 선생된 자를 축복한 고마운 마음을 맞으며 감사했었습니다.

제가 잘 났다는 말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저보다 몇 배는 더 순수하게 자리를 지키는 농어촌 학교 선생님들, 촌지와는 거리가 먼 선생님들 조차 그분들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아....이런  법까지 만들어지는 것 보면...우리 선생님도 혹시 그런 거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자아낼까 두려워서입니다.

네...그 법은 옳습니다. 절도나 사기를 규정한 법이 우리에게 두렵지 않듯이 그 법이 선생된 내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법이 우리 학생들과 선생된 우리, 앞으로 선생될 많은 분들사이에 불신을 끼치진 않을지 걱정스럽습니다. 과잉진료하는 의사도 있고(제 아내도 지난해 허리디스크로 오래 고생했습니다. MRI를 들고 찾아간 병원에선 ‘지금’ 수술하자고 했지만, 허리디스크의 80%는 자연치유된다는 것을 알고 기다려서 현재 거의 완치되었습니다. -“상식을 뛰어넘는 허리병, 허리디스크이야기”-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이춘성 著 참고-우리 나라 척추수술 건수가 지난해 상반기에만 65,000건 이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건강보험 재정 부실화는 물론 국민건강에도 안 좋은 거죠. 제왕절개율 높은 것은 오래된 이야기지요.), 법조계 비리도, 경찰의 비리도 있지만, 선생, 그것도 “촌지”라는 한 측면을 굳이 이렇게 부각시켜서 도매금으로 몰아가도 되는가...라는 불만도 생깁니다.

이럴수록 한 아이라도 더 붙잡고 그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기도하며 양육하는 내 일에 집중하자는 생각을 합니다. 이번에 교육부총리 표창 상신에 저희 학교에서 인사위원회를 거쳐 저를 포함한 네 명이 추천받았습니다. (결국 2명은 받고 저는 떨어졌습니다.) 특별연구교사니, 수업 1등급이니 하는 것 하나 없는 저 같은 사람이 추천받은 것 자체가 감사한 일입니다. 공적란에 쓸 것이 없어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지금껏 내가 전도한 학생__명, 전도하여 결신한 학생 ___명, 가정방문 가정수 ___가정, 학생들 위해, 교육현실 놓고 기도한 것 ___시간, 교사대회 찬양인도 __회, TCF 지역대표로 선생님들 ___년 섬김....이런 것들이 공적란에 오를 수 없음을 생각해보며 그 상의 의미는 무엇인가 생각해보았습니다. 촌지근절법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보려 합니다.

현실을 살되, 데이터로 검증되지 않는 삶, 때로 도매금으로 매도당할 수는 있지만, 겸손하고 사랑넘치는 삶이 아이들에게 '우리 선생님은 정말 다르다는 신뢰를 끼치는 삶', 그 삶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그 다짐이 강하게 밀려오는 오후입니다.

할 일 많은 오후에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안준길.
조회 수 :
484
등록일 :
2006.05.16
16:55:56 (*.115.158.205)
엮인글 :
http://www.tcf.or.kr/xe/freeboard/105624/fe5/trackback
게시글 주소 :
http://www.tcf.or.kr/xe/105624

김정태

2006.05.17
07:16:13
(*.115.210.28)
'데이터로 검증되지 않는 삶' 하지만 함께 있어봤던 사람들은 누구나 인정하고 사랑할 수 밖에 없었던 삶, 능력으로 표적과 기사를 보이셨던 삶, 그럼에도 사람들에게 귀신의 능이라고 매도당하셨던 그분의 삶, 바로 예수님의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류주욱

2006.05.18
10:21:02
(*.248.152.58)
TCF가 있어서 선생님이 이야기하신 그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비추천 수 날짜sort
1538 아아~ 울고 싶어라~~~(학생 자작시) [4] 741     2005-09-14
아아~ 울고 싶어라~~~ - 최혜미(전주신흥중 2학년)- 놀던방학 이제가면 언제올까 걱정이네 열시쯤에 기상이고 열한시에 아침먹고 세 시에 점심먹고 다섯시에 학원가네 열한시에 집에와서 두시까지 놀고먹고 꿈나라로 떠나가서 오기까지 여덟시간 완벽했던 방학...  
1537 감동의 글---정선 모임 초대의 글 [1] 841     2005-09-20
정선에 계신 김인숙선생님이 정선게시판에 올린글 퍼왔습니다. 정선에 있던 권미영선생님은 선교지로, 이유영선생님은 서울분과 결혼하여 사직하고 새로 임용시험준비 이미연선생님은 춘천으로 발령받아 열심히 섬기고 있고 다른 분들도 모두 타지로 떠난 상황...  
1536 CGNTV 류태영박사의 비전특강(아이들과 함게 가보세요) 947     2005-09-24
CGNTV 류태영박사의 비전특강 "꿈이 있는 사람이 되자"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무한한 자기개혁과 혁신을 해 나가는 훈련을 통해 본인 스스로 자신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소년시절 가정적, 사회적, ...  
1535 몽골 울란바타르 mk school 입니다. [1] 1226     2005-09-25
안녕하세요.. 저는 몽골에 있는 울란바타르 mk school에서 교사로 섬기고 있는 원미정이라고 합니다. tcf 활동을 잠깐 하다가 이번 2005년도에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저희 학교는 몽골에 계시는 선교사님 자녀들(mk)를 위해서 세워진 학교 입니다. 약 80명...  
1534 셋째 탄생을 축하드립니다 [17] 657     2005-09-25
어제 창원 류주욱선생님이 다별,다정 자매에 이어 이번엔 아들을 얻으셨습니다. 복된 가정에 귀한 자녀주심을 함께 기뻐하며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기도합니다. 전형일,안준길,김정태(임박)... 출산기피풍조의 세상성을 거스르는 연이은 쾌거 !!! 감사하고 즐...  
1533 결혼소식---축하해주세요!!! [11] 1280     2005-09-27
오랜만에 주욱 이어지는 리플들. 축하의 분위기가 좋으네요. 이 결혼소식도 한껏 축복해주시길 바랍니다. 가평모임을 개척하여 신실하게 섬겨온 전혜숙선생님이 결혼합니다. 10월 3일 낮 12시 서울 신촌에 있는 창광교회에서... 휴일이지만 오실수 있는 분들은...  
1532 책을 소개해 주세요 484     2005-10-06
동아일보사에서 올해들어 "대학생이 꼭 읽어야할 100권" "우리가 읽어야할 고전100권"을 소개한데 이어 "청소년들이 꼭 읽어야할 100권"을 소개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좋은교사운동에서도 책 목록 추천을 부탁하더군요. (물론 저희만 하는 것은 아니고 독서 관...  
1531 겨울 수련회가 준비되고 있습니다. [2] 515     2005-10-07
<중앙회에서 알립니다> 여러분들의 기도에 힘입어 수련회 준비의 가장 큰 부분인 주강사와 장소 섭외가 난항을 겪다가 마무리 되고 있습니다. 주강사는 분당샘물교회 박은조 목사님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명성에 걸맞는 탁월한 강해를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장...  
1530 동아일보에 서평 쓸 분 [1] 546     2005-10-14
지난 번 동아일보에서 청소년 추천도서 50권을 선정한다고 해서 여러 선생님들의 의견을 모아 추천해 드린바 있습니다. 동아일보에서는 저희 외 여러 교사단체의 추천을 통해 50권을 확정했습니다. 여기에 덧붙혀 6권의 책에 대한 서평을 써달라고 부탁을 하네...  
1529 연극 '총구' 보셨나요? [4] file 408     2005-10-18
 
1528 꼭 함께 나누고 싶은 "학교 이야기" [3] 453     2005-10-22
오늘 저희 옆반에서 덩치가 큰 한 남자아이가 수줍은 많은 작은 친구아이를 주먹으로 구타한 사건이 일어났더랬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학생주임 선생님에게 붙들려온 덩치 큰 아이는 기분나쁘다는 표정으로 서 있었고, 그 아이에게 맞...  
1527 11월 1일(화) 좋은교사운동이 교장임용제도개혁에 나섭니다. [1] 543     2005-10-23
우리의 학교가 행정 중심이 아닌, 아이들의 교육이 중심이 되는 진정한 교육공동체가 되길 원하십니까? 좋은교사운동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오랫 동안의 고민과 대안을 담아 교육계와 사회를 향해 제안하는 자리를 갖습니다. 오는 11월 1일(화) 오후 6시 좋은...  
1526 리더모임을 마치고 [1] 635     2005-10-24
개개인에게 무척 귀한 시간... 새벽녘부터 먼길 마다하지 않으시고 전국 각지(특히 거창의 염석일선생님 감사드립니다) 에서 올라와 주신 여러분들과 피치 못할 급한 사정으로 인하여 참석하지 못해 안타까워하시며 기도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  
1525 겨울수련회 주강사, 장소 확정 567     2005-10-28
주강사는 이미 말씀드린 대로 분당샘물교회 박은조 목사님 입니다. 아울러 여러가지로 난항끝에 장소가 확정되었습니다. 주께서 준비팀이 우선 순위로 올려두었던 곳들을 물리치시고 제3의 장소를 주셨습니다. 수년동안 익숙했던 형태의 장소에 비해 많은 변화...  
1524 김숙현 선교사님 기도편지 575     2005-11-01
알료나의 가을편지 지금 창밖엔 가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첨 여기 왔을 땐 초록빛 나무들뿐이었는데. 어느새 울긋불긋 온통 가을빛으로 채색된 거리를 산책하며 주님의 멋진 예술 감각에 감탄하고 있으니 시간 참 빠르죠? 벌써 이곳에 온지 100일이 지났습니...  
1523 늦은 가을에 하는 초등 캠프를 위해 기도 부탁합니다. 439     2005-11-02
대구 지역 초등 캠프를 위해 기도부탁합니다. 카페-캠프사역팀에 관련 글이 있습니다.  
1522 박미영 & 김태영 사이에 "의진"이가 태어났습니다. ^^ [7] 627     2005-11-08
> 11월 6일 주일예배를 드리고 세상에 나온 의진이가 TCF 선생님들께 인사드립니다. ^^  
1521 안부드립니다. 337     2005-11-09
안녕하세요? 오늘 기독교사모임 중앙회로부터 편지를 받았는데, 2·3교시 수업이 없어 이렇게 편지 씁니다. 요즘 제가 출석하는 교회는 경북대 북문 맞은 편에 위치한 사랑과 은혜가 넘치는 산성교회 http://ssc.or.kr 예요. 한달 전부터 출석했는데, 아직 미혼...  
1520 조합원 투표 부결을 위해 기도합시다. [1] 442     2005-11-09
오늘 기자회견. 어제 김성천 샘은 자신이 전교조 회원으로서 전교조 동 료 선생님들에 대한 마지막 예우라고 하며, 자신은 안 나갈테니, 기자 회견장에는 김현섭 샘과 나가라고 말했습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김 현섭 샘과 나만 나가면 썰렁해서 어떻해요.....  
1519 두통.. 어지러움.. 울렁울렁... [8] 700     2005-11-11
요즈음 들어 마음도 몸도 아프다. 어제 오늘 현장의 몇분 선생님들과 통화를 하자마다 "어떻게 좋은교사운동 그럴 수 있느냐"며 대뜸 따진다. 지금 현장교사들이 좋은교사운동 개xx라며 욕하는 것 아냐는 것이다. 한 교사는 제발 좋은교사는 좀 가만히 있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