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오늘 우울해 보여요."
같은 교무실에 근무하는 내 또래 선생님이 수업에 가기 위해
복도를 걸으며 얘기해준다.
"그래요? 왜 그럴까?"-마치 아무일 없다는 듯.
"너무 사색에 젖지 마세요"
내가 너무 사색에 젖어서 온세상 걱정과 고민을 다 담은 얼굴을 한 모양이다.

결과는 뻔하다.
그래서 작년에도 난 수업평가를 하지 않았다.
아니 차마 할수 없었다.
그들의 눈이 나를 정확하게 보고 있으니,
일대 35명.
난 그렇쟎아도 인격의 한계가 많은데 얼마나 내 허물이
그들 눈에 더 잘 들어왔을까?
그것을 확인하기 수업평가를 하다니! 도저히 자신없는 일.
그래서 나의 허물을 그냥 덮어두고 또 한해를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오늘.드디어 상처받을 각오를 하고 과감히 수업평가를 했다.
그것도 시험끝난 다음날 놀게 해달라는 아이들의 요구를 뿌리치고
그들의 분노(?)를 사면서-시험대형으로 앉아서 쓰라고 했더니 아이들은 날카롭게 더 내 비판을 한것 같다.
그들의 글을 하나씩 읽어가며 하나 하나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한꺼번에 많은 아이들 것을 읽고 나니 머리가 멍하고 마음이 우울하다.
어딘가 가서 정리를 해야 하는데...저녁엔 좋은교사 사무실에 가야 했었다.
거기서 토론을 하면서도 "이런 말보다 정작 수업부터 책임지는 교사가 되어야 하는데"생각이 들었다.

늦게 끝나 춘천에 가지 못하고 언니 집에 왔는데
조카가 하는말. "우리 학원에서도 아이들이 무명으로 그런 것을 쓰게 하는데, 그것 때문에 잘린 선생님도 있어"
그러나 나는 그런 것이 아니고 자발적 수업평가라고 했더니
"이모가 마음을 고쳐 먹으면 좋은 일이네"한다.
그래. 이거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면 진짜 상처입을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스스로 자처한일. 그래서 의미가 있다.
참, 내가 우울한 이유는 아이들이 괘씸해서도 그들에게 화가 나서도 아니다.
어쩌면 아이들은 내가 생각한 나의 단점을 내 생각대로 정확하게 잘도 집어줄까?
그들이 정확해서 더 화가 났다.

하지만 그래도 감사하다. 40대의 아줌마가 자신의 허물을 솔직하게 지적해주는 것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고치려 한다는 사실. 그래도 내 마음이 하나님 안에서 굳어 있지 않다는 것.
내가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그리고 결코 후회되지 않는다. 가르치는 대상인 저 아이들의 이런 마음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들의 마음을 알고 가르칠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그리고 진작 이 수업평가를 더 일찍 시작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지적한 것들은 몇년전부터 내가 나자신을 스스로 평가하면서 느끼고 있었던 허물인데,
더 일찍 아이들로부터 자극을 받았다면 현재 수업평가가 이렇게 마음 아프지는 않았을 것을...

오늘 내 마음을 미리 아시고 하나님께서 아침에 주신 말씀.
"스스로를 책망할것이 있거든 너를 잘 아시는 하나님을 기억하라. 그리고 너는 죄책감에 머무르지 말고 그분이 너의 허물과 죄에도 불구하고 주시는 그 은혜를 누리는 자가 되라. "
...맘 아프고 자존심 상하지만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내년 수업평가는 더 가벼운 맘으로 할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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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03.07.04
23:33:22 (*.249.8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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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영

2002.11.30
00:00:00
(*.219.21.90)


먼저 수업평가를 하신 선생님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 쉽지않은것 같은데...이런 선생님을 둔 아이들이부러워요. 분명 하나님이 위로해주실거예요. -[07/04-23:45]
-


이경은

2002.11.30
00:00:00
(*.219.21.90)
맞아요...혹시 수업평가하신 form을 제가 받아 볼수 있을까요? 샘의 모습에..도전을 받아..저두..^^;; 제 이멜은 keangel@hanmail.net인데..어떤 형식인지 한번 보고싶어요... -[07/06-22:14]
-


강영희

2002.11.30
00:00:00
(*.219.21.90)
별 버전없구요. 송인수선생님이 시킨(?)것,질보다 양이라는 그 버젼으로 했어요.선생님도 아마 수학과라 좀 쉽지 않을 걸요.수학공부의 온갖 어려움이 다 제 탓이더군요.지들 기초없는 생각 하나도 안하는 아이들.그런 면을 감안하고 긍정적인 면에서 아이들 의견 참조하기 바래요. -[07/06-22:32]
-


김덕기

2002.11.30
00:00:00
(*.219.21.90)
ㅎㅎㅎ... Peace be with you! -[07/07-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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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일

2002.11.30
00:00:00
(*.219.21.90)
저도 오늘 수업평가를 받아보았습니다. 신규때 했던것보다 훨씬 긴장되더군요. 그래도 아이들과 좋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감사합니다. -[07/07-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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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금수

2002.11.30
00:00:00
(*.219.21.90)
선생님, 저도 다음주 중에 수업평가를 해보려구요.. 딴엔 잘하지 않나 스스로를 위로해보지만 정작 아이들의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을거 같아요. 평가후 아이들 보기 민망하지 않게 방학 임박해서 하려구요.ㅋㅋㅋ -[07/08-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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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9 (긴급공지)26일 서울나들이에서 청와대 가실 선생님들 빨리 신청해주세요. [5] 489     200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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