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서프라이즈 칼럼] 자본 검열로부터 미디어 해방시킬 방안 고민할 때

김성천 깨끗한미디어를위한교사운동 정책실장

아침부터 맵고 짠 닭갈비요리에 점심은 조미료 잔뜩 들어간 김치찌개 그리고 저녁에는 삼겹살, 밤참으로 라면. 이런 식단들이 맛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자극적인 음식만으로 오랜 세월 식생활이 고착되었다면 그는 훗날 위장 질환은 물론 각종 성인병 질환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먹으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당기는 입맛 때문에 자극적인 음식에 손이 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맛의 식단이 어린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공급되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우리의 육체가 음식을 섭취하면서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면 우리의 정신은 미디어와 문화를 섭취한다. 이러한 정신의 음식을 우리는 매일 섭취하고 있지만 너무나도 자극적인 식단이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문제는 언제부터인가 그 식단으로부터 벗어난 조미료 안 들어간 음식, 싱거운 음식에는 손이 가지 않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웰빙 열풍이 불어 조미료를 적게 먹고, 채식 위주의 식단을 짜며, 싱겁게 먹으려고 하지만, 미디어 만큼은 전혀 웰빙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선정성이라는 조미료, 재미라는 소금, 폭력적인 고춧가루가 잔뜩 들어간 자극적인 미디어 컨텐츠를 끊임없이 소비하고 있다.

“조미료를 넣지 않으면 손님이 맛 없다고 찾지 않아요”라며 조미료를 음식에 뿌릴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 내지는 합리화 하는 어느 주방장의 핑계는 마치 자극적인 장면을 넣지 않으면 시청률이 오르지 않는다며 푸념하는 방송 제작진의 모습과 유사하다.

리모콘이 도입되고, 방송사가 늘어나고, 다매체 시대가 오면서 재미 없으면 3초 안에 채널을 돌려 버리는 재핑현상(zapping)은 점점 심해지고, 까다로운 손님의 발길을 잡기 위해 방송국은 선정적인 메뉴를 내 걸고 호객행위를 한다.

최근 대형 음식점보다 자극적인 메뉴를 개발해 손님을 끌고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케이블 채널들이다. 그러다 보니 지상파 대형 음식점들도 뒤질세라 신 메뉴를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문광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케이블 tv의 선정성을 문제 삼았다. 특히 tvN이 발단이 되었다. tvN은 파격적이고 대담한 프로그램을 많이 배치하여 시청률을 상당히 많이 끌어 올렸다. 리얼 tv라든지 몰카, 거침없는 토크쇼, 끈적끈적한 사랑의 짝대기 등의 형식을 사용해 기존 지상파 메뉴들을 상대적으로 싱겁게 만들어 버렸다.

예컨대,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남편을 관찰하는 몰래카메라가 동원되고, 애정 행각을 그려내며, 마지막에 아내의 응징으로 끝내는 리얼 TV가 있고, 몰카가 동원되는 상황에서, MBC 이경규의 몰카는 차라리 맛없고 싱겁기만 하다.

tvN은 아침부터 고추장 잔뜩 바른 닭갈비를 아침 잠에서 갓 일어난 손님들에게 제공해준다. 청소년 시청 보호 시간대가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이다. 일반적으로 지상파 방송의 경우, 주로 밤 10시 이후 성인용 방송이 나가는 경향이 있는데, 케이블 TV는 교묘히 법망을 피해 아침부터 불륜과 폭력, 욕설이 난무하는 자극적인 내용을 방영한다. 오죽하면 아침에 성인 방송을 틀지 말라는 인터넷 서명운동까지 생기고 있을까?

민주당 손봉숙 의원에 따르면 tvN이 방송위원회로부터 징계받은 것이 올해만 16건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위는 경고만 하고 있고, tvN 사장은 순화시키겠다고 말은 하지만 변화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이 지난 해 12월 수도권 초·중·고생 504명을 대상으로 등급제 준수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방송 등급을 제대로 지키는 청소년 비율은 19.8%에 지나지 않았다.

여기에 방송 등급도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매기는 것이기 때문에 대단히 자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등급 자체가 느슨하게 매겨지는 상황에서, 방송 위원회의 사후 규제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사후 규제는 솜방망이 처분에 불과하다.

방송위원회는 영등위의 실패를 교훈삼아야 한다. 영등위는 게임산업을 살려야 한다는 문광부의 명분에 뚜렷한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한 채 어설프게 행동하다가 바다이야기 사태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영등위는 게임물등급위원회에 게임등급 권한을 물려주어야만 했다.

방송위원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자명하다. 방송의 윤리성, 공공성, 청소년 보호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현재는 방송위원회의 기능이 완전히 상실된 느낌을 받는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방송위 스스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자신들의 규제가 표현의 자유 내지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에 대한 두려움 말이다.

검열의 방식은 크게 세가지가 있다. 첫째는 과거 군사독재에 의해 자행된 국가에 의한 검열 방식이 있다. 둘째는 자본에 의한 검열이다. 자본은 돈이 되는 것을 중심으로 방송을 편성하게 된다. 아무리 좋은 내용도 자본 획득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방송되지 않는다. 아무리 나쁜 내용도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되면 방송된다. 셋째는 자기 검열(정화)이다. 제작진 스스로의 직업 의식, 윤리 의식, 내부 자율 규제 등이 결합되어 스스로 정화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국가에 의한 검열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를 보라. 보수 언론이 얼마나 우습게 여기고 있나? 1년 내내 대통령과 현 정권에 대한 비판으로 지면을 의도적으로 채우고 있다.

미디어의 힘은 이미 대자본이 소유하기 시작했다. tvN도 CJ 미디어의 계열사이다. 요즈음 폭력성이 극에 달한 ‘서든어택’과 같은 일인칭 시점 게임(FPS)은 15세 내지는 18세 등급이지만 요즈음 초등학생들도 등급에 아랑곳 하지 않고 대부분 이용하고 있다. 역시 CJ 인터넷의 작품이다. 이들의 자본력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은 결과적으로 시청률과 주가는 올렸는지 모르겠지만, 방송의 공공성, 윤리성, 사회적 책임, 청소년 보호의 가치는 땅바닥에 내쳐진 지 오래다.

이러한 구조적 상황에서 제작진의 자기정화는 거의 기대하기 힘든 상황인 것 같다. 문화일보의 신정아 누드 사건에 대해서 내부적 정화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던 것처럼 대부분의 방송국에서는 자기정화 노력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고 있다.

과거 국가에 대한 검열을 두려워하며 시민사회는 언론과 방송사에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 주었다. 그러나 이 틈새를 비집고 자본의 천민자본주의적 행태가 미디어를 장악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방송위는 시민사회의 대표적 성격을 가진 독립기구로서 방송자본을 견제해야 한다.

“문제는 경제다. 바보야!”라는 클린턴의 의식을 적용해 보면, 문제는 “문제는 국가가 아니라 자본이야. 바보야!”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방송국의 자의적 등급에 대한 시민사회의 통제가 가능한 구조에 대한 논의, 등급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 청소년 보호 이용 시간대의 확대, 방송위의 주의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는 방송국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이제는 실천되어야 한다.

스포츠 신문의 선정성이 과거에 비해서 그나마 나아진 것은 청소년보호법 개정에 따른 사후 규제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발생되는 장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돌을 방송위원회에만 던질 수 없다. 우리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조미료 안 들어가고 싱거워진 음식을 기꺼이 나는 먹을 수 있는가?”라고...


2007.10.23일 게재

조회 수 :
397
등록일 :
2007.10.24
23:37:10 (*.173.132.222)
엮인글 :
http://www.tcf.or.kr/xe/freeboard/107246/f70/trackback
게시글 주소 :
http://www.tcf.or.kr/xe/107246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sort 비추천 수 날짜
2458 Re..좋은 교사를 읽으며 화가난 내용 889     2001-10-29
저도 그 꽁트를 읽었습니다. 꽁트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무엇인지는 알겠으나 선생님이 지적하신 그 부분은 정말이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안그래도 대중문화가 여성을 성적 상품화하는 것이 그 수위를 넘고 있고 또 청소년들을 비롯한 대중들에게 무방...  
2457 Re..저도 충격 889     2001-10-30
강영희 선생님 찬찬히 읽어서 글을 올려주신 것 감사해요. 꽁트는 적절한 소재로 짧은 글 속에 주제가 분명히 드러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주제는 아이들의 행동을 섣불리 판단하지 말라는 내용을 전달하고 싶은 것 같았어요. 하지만 소재가 된 사건이 보편...  
2456 좋은 교사를 읽으며 화가난 내용 913     2001-10-26
오늘 좋은 교사 잡지 11월호를 읽으며 유익한 내용들을 생각하며 읽고,또 전형일선생님에 관한 내용들도 관심깊게 읽으며 이모저모로 수고하시는 전선생님과 한 tcfer라는 사실에 뿌듯한 마음도 가졌습니다. 그런데 꽁트를 읽다가 제 다혈질적인 성격에 금새 "...  
2455 아래글에 리플을 달아주세요. 875     2001-10-27
27이라는 조회회수를 보며 이글을 읽으신 분들이 많이 계심을 알겠네요. "좋은 교사" 11월호 아직 읽지 않으셨나요? 콩트를 꼭!!!읽어보시고 제 글에 리플을 달든지 선생님들의 생각을 새로 써주십시오. 이글에 대한 모니터링을 해서 좋은 교사로 보내려고 합...  
2454 여자는 다 그래 1017     2001-10-27
어제 두 가지의 약속을 뒤로 미루고 오랫만에 오페라를 보러갔습니다. 서울에 올라오기 전까지 1년에 40-50여회의 음악회를 갔고 오페라가 있으면 특히 빠지지 않고 찾아갔었는데 서울에 올라온 이후로 거의 잊고 지내고 있었습니다. 한 때는 오페라의 아리아...  
2453 Re..저희 결혼합니다. [1] 1050     2001-10-28
두 분의 혼인을 축하합니다. 특히 tcf 안에서 맺어진 혼인이기에 더욱 반갑고 기쁩니다...혼인 생활은 이인삼각 경주, 음식점에 가서 음식을 사 먹는 것이 아니라 두 분이 음식을 같이 만들어 먹어야 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혼인은 두 사람만의 ...  
2452 저희 결혼합니다. [2] 1116     2001-10-27
저희들 결혼합니다. 많은 분들께 청접장을 드리고 싶지만, 일일이 찾아뵙기가 어려워 이 글로 대신합니다. 1. 일시 : 11월 3일 토요일 오후 4시 30분 2. 장소 : 구미시 금오웨딩 3. 찾아오시는 방법 (1) 승용차 : 구미 IC에서 나온후 신호등에서 좌회전하여, ...  
2451 드디어 ..이제.. 시작합니다. [1] 846     2001-10-27
우리반 아이들과 성경공부를 오늘 드디어.. 이제야.. 시작합니다. 지난 학기에 너무 분주해서(쓸데없이 대전이다. 영주다.. 서울이다..오가느라.. ^^;) 아이들과의 시간을 못 맞췄는데.. 아무리 바빠도 이것만은 놓칠 수 없기 때문에.. 오늘 시작합니다. 기도 ...  
2450 하늘 소망을 향해가는 순례자 [1] 1163     2001-10-28
이번주에 우리집이 이사를 했습니다. 이제는 세를 살지 않아도 되는 비록 대출을 했지만 아무튼 우리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이사짐을 싸면서 참 나에게 많은 것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년 살다가 또 다른 곳으로 대학 2학년부터 교직 3년차인 지금...  
2449 존경스러운 김대영 선생님 [1] 1116     2001-10-29
항상 선생님을 뵈면 존경스러워집니다. 저도 선생님의 나이 정도 되었을 때 선생님처럼 할 수 있을까 가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의 열심과 정열, 그리고 시각들 모두 본받고 싶고요 토요일 날 수고하셨습니다. 선생님들의 그런 열정이 불씨가 되어 이 땅의 교...  
2448 전교조 연가 투쟁에 참여하고서... 1079     2001-10-28
26일 20시부터 서울 여의도에서 전국에서 올라오신 선생님들과 더불어 강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무릅쓰고 밤샘 농성과 다음 날 오후 4:45분 집회가 끝나기까지 계속한 7차 교육과정 저지와 교육 재정 확보를 위한 국민 대회에 참여했습니다. 이를 위해 ...  
2447 아래 "좋은교사" 콩트에 대한 건 [1] 1017     2001-10-29
"좋은 교사"게시판에 글을 올렸더니 정원종선생님이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저는 공개사과를 요구했습니다. 그분이 "좋은교사" 교사용 성경교재까지 집필하는데 비성경적인 사고방식으로 사고하는 분이라면 그 부분에도 문제가 있겠다싶어서 다음호 "좋은 교...  
2446 Re..예쁜 윤선하선생님! [1] 1303     2001-10-30
아침에 상큼한 글 잘 읽었어요. 그렇게 예쁜 마음,하나님도 기뻐하실것 같구요. 오늘도 아이들과 그렇게 예쁜 마음으로 잘지내는 하루되길... 그냥 반가와서 몇자 적었어요.  
2445 내가 좋아 하는 것 1020     2001-10-29
조금 외롭다 느껴질때 때마침 내리는 비를 좋아한다. 우산을 받쳐들고 한참을 걸어다녀서 적당히 무거워진 내 청바지를 좋아한다. 생각하면 웃음짓게 만드는 기억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흘러간 옛 노래를 좋아한다. 그 노래를 더 듣기 위해서 내려야할 정류소를...  
2444 오랜만에 만난 민선이 1156     2001-10-30
저번주부터 민선이가 며칠째 학교에 오지 않았다. 1학기 때도 한달에 몇번씩은 학교를 결석해서 그 이유를 물어보면 아파서라고 했다. 1학기 때 아이들에게 당신은 사랑받기위해 태어난 사람을 수화로 가르쳐주는데 민선이가 참 잘했다.그래서 어떻게 잘하냐고...  
2443 교육, 그래도 희망은 있다! - 자료집 1099     2001-10-30
지난 10월 27일, 제18회 기독학문학회를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잘 마쳤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미처 참석하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 학회 자료집을 판매합니다. 가격은 6,000원이며 신청하실 분들은 dew1981@kornet.net나 02-745-7237(8)로 연락주십시오.(우편...  
2442 지역 대표님들께... 946     2001-10-30
TCF 지역 역사 자료 모집 및 지역 판넬 수련회중 전시 Ⅰ.TCF 지역 역사 자료 모집 1. 과거 지역 모임의 목표 및 방향, 주제 성구 연도별로 있었던 행사 및 대표, 장소등의 변천에 대한 요약 (연혁) 과거 초창기 세워질 때의 모습 초창기 멤버와는 인터뷰 내용 ...  
2441 Re..어제 아이들에게 보여주었어요~^^ [3] 1139     2001-11-01
안그래도 저도 올리고 싶었는데.... 우리반 아이들에게도 보여주었답니다. 어제와 오늘 점심시간과 남는 시간을 이용해서요~ 그리고 레나마리아 수기가 만화로 각색되어 나온 책을 학급문고로 비치해 두었더니 많은 아이들이 읽더군요. 그리고 어제 많은 아이...  
2440 두팔이 없고 한쪽 발이 짧은 레나 마리아의 찬양 [2] 1340     2001-10-31
뉴스와 .. 노래 장면이 있습니다.. 세계적 가스펠 가수.. 두 팔이 없고.. 한쪽 다리가 짧지만.. 아름다운 가수.. 레나 마리아의 찬양을 들어보세여..  
2439 Re..예레미아를 묵상하며-신앙의 다양한 모습 772     2001-11-02
그런 경우도 많이 보았습니다. 복음 안에 숨어서 사회 문제에 무관심한 경우들을요. 그런 모습에 상처를 받기도 했구요.. '어쩜 저럴 수 있을까?' 그래서 저의 신앙은 한쪽으로 치달았던것 같습니다. (기독교 사회운동으로) 그런데 친구의 대화를 통해서 그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