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반 선생님

윤선하
2반 선생님은 학년부장님 입니다.
보통 학년 부장 선생님 반은 질서있고 효율적인 학급 운영이 돋보이곤 하는데
우리 부장님반은 그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부장님 죄송합니다. ^^;)

2반 아이들은 참 자유? 롭습니다. ^^;
수업시간에도 아이들은 자유롭습니다.
우리반이 화장실 앞인데 .. 걸렸다 하면 10중 7-8은 2반입니다.

2반은 늘 .. 뭔가 정돈되지 못한 느낌입니다.
날마다 당번 어머니들이 오셔서 급식 및 청소를 하는데도 뭔가 좀 ... 부진한 듯..
환경정리도 그리 눈에 띄게 예쁘지 않습니다. 솔직히 좀 촌스럽습니다. -.-
특별한 학급 경영도 없는 듯 합니다.
그래서.. 별로 우리 2반 선생님께는 뭔가를 여쭤 본 적이 없습니다.

부장님은.. 일을 잘 못하십니다.
최근 .. 학년 교육과정을 짜는 과정에서 ... 좀 많이 답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주먹을 불끈쥐고..(원래 성질대로..)
"선생님.. 그냥 제가 할께요. 저 주세요." 하고 파일을 받아 오는데
후배 선생님 2명이.. 임산부에게 맡기는게 민망? ^^ 했는지
함께 하자고 했고.,. 그리고 같이 했었습니다.

그 반은 또 뭔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퇴근할때 까지 늘 그 반에는 아이들이 있었다는 겁니다.
1학년 부터 6학년 까지
학년도 다양하고 아이들의 입성도 다양하고 남녀.. 할것 없이
하루에 한두명 이상 꼭 그 반에 남아있습니다.
선생님도 없는 교실에서 컴퓨터를 만지고 놀고 있거나
비디오를 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참.. 이상하네.. '

그중 '영아'라는 아이는
너무 버릇도 없고, 말도 안 듣고
구두굽 소리를 크게 내며 복도를 뛰어다니고 교실을 제것인양.. 쓰는 것이 저를 거슬리게 했습니다.
몇번 야단을 치다가.. 말이 안 먹히니까..그냥.. 무심한 척..
그러다가..
언젠가 한번 선생님께 투덜거렸습니다.

(애써 태연한 듯)"선생님.. 영아는 너무 버릇이 없는 것 같아요..선생님은 괜찮으세요?"
선생님의 대답은 저의 예상을 빗나갔습니다.
"아유.. 4반 쌤.. 나도 힘들어 죽겠어.. 특히 영아는 너무 미워.. 안왔으면 좋겠어."
"엥? 그런데 .. 왜.."
"나도 이렇게 싫은데 다른 사람은 오죽할까?
그리고 오죽 갈때가 없으면 나 같은 선생님한테 와 있겠어?"

뎅..~~~

그러면서.. 영아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영아는.. 2년전에 선생님이 맡았던 학생인데..(지금 5학년)
그때 가정방문을 가보니.. 가관이었답니다.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지하방에..
엄마는 심한 우울증으로 아무 생각없이 누워 있고
아빠는 노동판에서 일하지만.. 그날 그날 술로 보내고
동생이랑 둘이서 그냥 그냥 사는데..
그날.. 선생님이 방문했던 날은.. 영아가.. 생쌀을 씹어먹고 있었답니다..

어찌해서든.. 교회에 데려가야 겠다 생각하고
떡볶이로 꼬셨는데...그때 부터 지금까지..
매일 학교에 남아서 선생님이 사주는 떡볶이를 먹고 있다고 했습니다.
"요즘 세상에.. 누가 300원어치 떡볶이 먹겠다고 3시간을 기다릴까..
학원도 못 가고 집에가도 할일도 없고 괴로우니까.. 나를 기다리고
반에서 컴퓨터로 오락하고 그러는거야.."

"나도 싫어.. 나도 예의 바르고 깨끗한 애가 좋아.. "
하시며..슬며시 웃으시면서
"그래도 어떡해.. 그런 애들이 내 몫인걸.."

그냥.. 한방 먹은 느낌이었습니다.

2반 선생님은 참.. 험한 인생의 세월을 살다가.. 결혼 10년 정도에
처음으로 예수님을 영접하고 지금은 순복음교회에 열심히 다니고 계십니다.
그리고 기독교사로서의 사명을....
아이들이 자신에게 오는 것을 막지 않으므로
그렇게 감당하고 계신 선생님..
그리고 어려운 아이들의 엄마들을 학교에 불러놓고 .. 내 삶이 얼마나 기가 막혔는지.. 그리고 예수믿고 얼마나 행복해졌는지... 전도하는 선생님

2반 선생님 반이 지저분하고 아이들이 질서가 별로 없고
돋보이는 학급경영이 아닐찌라도
비록.. 부장님으로 갖추어야 할 .. 효율적인 능력이 없을찌라도
2반선생님은 정말 ... 아이들에게 필요한 선생님 입니다.

아무데도 갈 데 없는 그 아이들은 ..
늘 그반에 갑니다. 그리고.. 숨을 쉽니다...
그리고 2반 아이들은.. 조금 산만하게 보이지만 .. 참 기쁘게 학교 생활을 할겁니다.

봄 방학식을 했던 2월 15일 ...
아이들이 다 돌아간 11시쯤..
전체 모이라는 방송을 듣고 2반을 지나갔는데
3-4명 정도의 어머니들이 청소를 하고 계셨습니다.
성적표도 다 나누어 졌고
새학년 배정도 다 끝났는데...
이제 잘 보여봤자.. 아무 소용이 없는데
오늘로 끝일.. 담임 선생님의 교실 정리를 위해
어머니들이 모여서 청소를 하고 계셨습니다.

물론... 다른 다섯 반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에 대한 평가는 이것입니다.
그분은.. 마지막 날에 학부형이 찾아와..
선생님도 없는 교실에서 청소할 마음이 들게 하는 .. 그런 선생님 입니다.

선생님에 대한 생각이 괜히 또 마음이 막힙니다.
나도.. 저런 교사가 될 수 있을까?..

보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사가 아니라..
정말 .. 중요한 것을 볼 수 있는 교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조회 수 :
519
등록일 :
2003.02.25
20:27:35 (*.232.22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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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희

2002.11.30
00:00:00
(*.74.10.101)


내일 새 학교에 가서 새학년 업무분장 그리고 담임이 정해지는 날인데,학급경영을 준비하며 초점을 어디다 두어야 하는지 고민중인데...잘 지내고 있어요?올해도 윤선하선생님의 글이 기대되요.아마 학교 아이들얘기도 있겠지만 태어날 아기 얘기가 많지 않을까? -[02/25-21:44]
-


장현건

2002.11.30
00:00:00
(*.197.205.23)
퍼억! 한 방 먹은 느낌........ -[02/25-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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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2002.11.30
00:00:00
(*.213.96.192)
중심의 사랑은 중심으로 전해 지나 봅니다. 아이들에고 동학년에게도 그리고 학부형들께도. -[02/27-00:01]
-


오승연

2002.11.30
00:00:00
(*.184.205.3)
한 발짝 뒤로 물러설 수 있는.. 주님의 마음이 필요한 것 같아요.. 늘 좋은 이야기들.. 감사해요~..^^ -[02/27-13:29]
-


최이화

2002.11.30
00:00:00
(*.32.232.57)
언니... 잠시 새 학교에 대한 불평, 불만을 했었는데 새로운 마음으로 기도하고 아이들 위해 정말 필요한 교사가 되어야겠다.. 새로운 마음 다져봅니다. 언니 글 보며 참 부끄럽고, 제일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02/28-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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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순

2002.11.30
00:00:00
(*.239.27.225)
콧 끝이 찡해 지는군요.... 나도 내일 모레부터는 2반 담임이 되는데... 저 역시 중요한 것을 보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02/28-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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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영

2002.11.30
00:00:00
(*.73.198.45)
감사함이 묻어있는 글이네요.... -[03/01-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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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영

2002.11.30
00:00:00
(*.73.198.45)
윤선하 선생님, 힘드실텐데도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 참 좋네요! -[03/01-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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