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ㅅ이야기
지난 2년간 나한테 수학을 배웠던 아이.
유난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말이 안되는 행동을 많이 해서 특별히 지도를 많이 했던 ㅅ.
어제 아침 제 옆자리의 자기 담임을 찾아왔는데,배를 움켜쥐고 걷지 못하고 있더군요.
처음에는 조퇴하고 싶어서 일부러 아픈척 하는것 같아 교실에 가있으면 너희 담임선생님 오실것이니 교무실에서 나가라고 했더니 버릇없는 행동을 보이더라구요.
야단을 쳐서 내보냈는데,앞에 앉은 선생님이 놀라면서 복도에서 걷지 못하고 서있다고...
그래서 재빨리 나가서 그 아이를 부축하여 교무실로 다시 데려와 "그 정도면 학교에 오지 말았어야 했어. 너희 어머니께 너 데려가라고 전화드리자"
나의 제안을 듣더니 온갖 신경질을 부리는 ㅅ.
그 아이의 그런 모습으로 인해 며칠전 ㅅ의 어머니가 담임선생님께 불려오기도 했습니다.
"ㅅ어머니! 지금 ㅅ이가 너무 아픈데 일단 오셔서 병원에 데려가셔야 하겠구요.
이 아이 자기가 아파서 챙겨주는 선생한테 왜 이렇게 버릇이 없나요? 오늘은 아프다고 하니까 그냥 지나가고 다음에 다 나으면 그냥두지 말아야겠어요"
...ㅅ어머니의 기가막힌 대답
"그냥 놔두지 않으면 어떻게 할건데요?
왜 나한테 화플이해요?" "애가 아파서 그런것 같고 가르친다는 사람이 뭘 그래요?"
순간 저는 화가 나서 "어머니도 ㅅ하고 똑같으시군요. 지금은 대화가 안되니 전화끊겠습니다"
그 순간 배를 움켜쥐던 그 녀석은 씩씩하게 걸어서 교실로 갔답니다.
(오늘 알고보니 아픈것은 사실이고 병원에 오늘 가서 검사중이라고 하네요)
교무실에서 한바탕 선생님들과 그 일로 여러가지 대화를 나누다,
한 10분쯤 지나니까 화가 났던 마음이 갑자기 슬픔으로 바뀌더군요.
이제 나는 저 녀석을 더 지도할 것인가? 솔직히 남의 자식을 위해 더 열정을 쏟고 싶어짖 않더군요. 그럼 그 아이는 부모가 올바른 방향감각을 가지고 지도해야하는데 그 부모마저 분별력없게 생각하고 있으니...
그 아이의 엄마는 오랜 세월 실직과 방황으로 속을 썩이는 남편을 꼭 닮은 ㅅ마저 혐오하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오늘 내 마음이 이런데, 부모도 포기한 이 아이는 누가 구제하냐구요" 나의 얘기를 듣던 선생님들이 하는 말 "선생님이 구제해요"
...출근길에 저의 세 아이를 생각하며 기분좋게 발걸음을 옮기다가 문득 ㅅ이와 또 때로는 아이들보다도 더 판단력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학부형들이 생각났습니다.
ㅅ을 위해 기도하고 출근한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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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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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희

2001.11.30
00:00:00
(*.50.220.23)
오늘 드디어 ㅅ이가 제게 정식으로 사과하러 왔습니다. 그래도 인격이 있는 그 아이로 인해 교육의 가능성을 보며 감사했답니다. [10/29-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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