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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11. 16. 토

무척 힘든 토요일을 보냈다.
목요일날....
‘교육신보’에 실린 글-좋은교사에 쓴 글을 읽고서 재미있었다며 억지로 부탁하신 것임-을 교장 선생님께서 교직원 전체에게 복사해서 돌리시는 바람에 갑자기 선생님들이 환호해 주셨다. 누군가 나를 알아준다는 것이 무척 기쁘다 못해 나 스스로를 높게 평가하고 기고만장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보건세계라는 잡지에 동일한 과정을 통해서 원고 청탁이 들어와서 글이 실리게 되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원고료’까지 받게 되고 보니.... 이래저래 기분이 ‘업(up)'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글’이 토요일날은 나를 힘들게 만드는 ‘올무’가 될 줄이야.......
보건 선생님께서 그 글과 내가 다 팔지 못하고 넘겨드린 ‘씰’로 인해 나에 대해 무척 실망하신 나머지 감정이 겪해 우시고, 다시는 나를 보시지도 않으실 것처럼 화를 내시며 말씀하셨다. 어떻게 보건세계에 ‘글’까지 청탁받은 사람이 그럴 수가 있느냐.... 글은 따뜻한데 왜 그렇게 각박하게 사냐고... 미안해... 난 많이 기대했던 사람에게 한 번 이렇게 크게 실망해 버리면 눈물부터 나.... 됐어! 가봐요!!!
말할 틈도 주시지 않고 말씀하시는데, 내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옹색한 변명밖에 되지 않을 것 같고, 그 상황에서 말씀을 들으실 만한 여유없이 계속해서 말씀하셔서 그저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연거푸했다.

나중엔 나 때문에 하나님의 영광이 가려졌다는 자책 때문에....
그리고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 것으로 인해 큰 실망을 하시고선 도저히 회복될 것 같지 않는 힘든 관계로 인해 나도 모르게 주르르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중에서야 좀 진정하신 보건 선생님께서 내 표현방법이 잘못됐다고... 미안하다고 하시며 손을 꼭 잡아주셨지만.....
보건실을 나서면서도 내 눈은 붉어지기만 했다.
2교시... 3교시.....
수업하러 가야하는데.... 아이들 앞에 이런 모습으로 도저히 갈 수가 없어서 울먹이는 목소리를 억지로 가라앉히며 옆 반 선생님께 우리아이들을 부탁드렸다. 오늘 아이들(성경공부반)과 성구암송하려고 어제 저녁 샛노란 종이에다 말씀구절을 적고 프린트하고 ... 그렇게 암송카드를 만들었는데.....
마음이 무척 혼란스러워 아이들을 다 보내버렸다.
나를 높여주고 기고만장하게 만들었던 그 ‘원고’로 인해 완전히 반대(down)의 상황이 되고보니.... 말씀 한 구절이 떠올랐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능하신 손 아래서 겸. 손. 하라~”

조금만 잘하는 것 같으면 우쭐해지고,
조금만 못하는 것 같으면 푹 가라앉아버리는 알량한 인간의 부패한 본성이 내 안에 얼마나 충만한지 철저히 깨달은 하루였다.

집에 가서도 마음이 편지 않아 전화를 드렸더니, 무척 반갑게 받으신다.
안 그래도 날 계속 생각하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전화하려고 했다고... 먼저 전화해 주어서 너무 기쁘다고...언제 한번 이 왕언니가 쏠테니 저녁식사 함께 하자고...
언제 그런 일이 있었던가 싶게.....
서로 전화통화로 이런저런 이야기들....
미안한 점들을 차분히 이야기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이렇게 빨리 관계를 회복시켜 주심이 감사했다.

전화를 끊고서 내 표정은 원래대로-생글생글*^..............^*-돌아왔다.
오늘 하루는 내게 너무 길고....
너무 힘겹고.... 벅찬...... 그런 날이었다.

그 동안 내가 얼마나 “평안”했었던가를 오늘 하루의 “평안치 못함”을 통해 깨달았고....
내가 얼마나 악하고... 그러면서 약한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다....

난.... 언제쯤이면 겸손하고 온유하고 자랑치 않고 ....그런 그리스도의 성품이 될 수 있을까?
멀었다.... 난 아직도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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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02.11.17
14:35:24 (*.32.24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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