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제법 찬 바람이 불어오는 걸 보면 가을은 가을인가보다.
언제 여름인가 싶더니 가을의 문턱에 벌써 들어섰다.
가을이다...
가을...
가.을. 이라는 이름 두 자만으로도 사람을 사색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라고 노래한 어느 시인의 시 한 귀절을 들먹이지 안더라도
충분히 호올로 있고 싶은 가을이다.
가을은 추수의 계절이라는데...
난 무얼 추수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대학시절 간사님께서는 이 맘쯤 이나 한 해가 저물 적이 되면...
꼭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라고 하셨다.
나의 인격적인 부분에서 성장한 것이 무엇인지...
더욱더 계발되어진 은사는 또 무엇인지..
좀 더 노력해야할 인격적인 연약함은 또 무엇인지...
그러한 것들을 돌아보고 구체적으로 적어보도록 늘 말씀해 주셨다.
사색만으로 머무르는 것과
그것을 글로 옮겨보는 것은 참 많이 달랐던 것 같다.
언뜻 생각해보면....
내 삶 속에서 뚜렷하게 진보하거나... 더 나아진 인격적인 성숙도 없어보이는 것 같지만....
이 가을에...
잠잠히 나 자신을 돌아보고
무엇이 성숙되어져 가고 있는지...
무엇을 더 성숙시켜 가야 할 것인지...
깊이 생각하고 하나하나 적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그리고 이 가을에....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한번씩 안부를 전하고...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단풍이 낙엽이 되어 떨어질 즈음에는
엽서로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사람을 조금은 감정적이게 만들고
사색하게 만드는 이 가을이 나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