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아주 늦은 시간까지 우리 학교는 불이 켜져 있었다.
내가 퇴근을 8시 50분에 했을때 그때도 5층의 몇몇 교실은 아직 불이 있었다.
오늘은 학교 공개의 날이었다.
학부형들이 와서 수업을 참관하고 담임 교사와의 대화의 시간을 가지고 돌아가는 시간이다.
많이 부담도 되고 신경도 쓰여지만 애써 신경쓰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출근을 했다.

내가 생각하는 교육은 무엇인지
나는 어떤 철학을 가지고 1-6반을 운영할 것인지
중점적으로 지도할 인성교육은 무엇인지
나는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아주 솔직하게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주섬 주섬 어제 저녁 늦게 적어 놓은 학급 경영관을 출력하여 재적 인원 만큼 복사하고, 스탬플러로 찍었다

9시 40분 부터 등록이 시작되고 10시 부터 참관 수업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엉망이었고
조금 마음이 상할 뻔 했다.
하지만..
이것이 내 반 아이들이기에
이것이 지금의 우리 교실의 모습이기에 아주 투명하게 보여 주고 싶었다.

"청소하러 와야 되지 않나요?
어느 어머니께서 물으셨다.
"아뇨.. 오시면 감사하지만 안 오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오고 싶고 올 수 있는 분은 괜찮지만 오고 싶지만 (와서 자신의 아이에 대해 담임과 이야기 하고 싶은데) 환경에 의해 그렇지 못하는 학부형들의 마음에 그늘이 생길까.. 그런다고 말씀드렸다.

학반 대표를 뽑았다.
아주 두려운 얼굴로 나를 보는 학부모
"선생님 뭘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머니.. 다른 사람들 말에 절대 신경쓰지 마세요. "
그냥.. 잘 모르겠다 싶은건 저한테 먼저 이야기를 해 주셨으면 한다고.. 다른건 바라는 거 없다고 말씀 드리고는 돌려 보냈다.

내 아이들의 어머니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여전히 서로에 대해 경계하는 학부모와 교사들.. 조금 씁쓸했다.
단지 서 있는 위치가 다를 뿐 인데..
왜 이렇게 멀게만 느껴지는지

무척 정신없었던 하루가 정리되는 시간이다.
창밖으로는 황사 바람으로 온통 뿌옇다.
아이들.. 집에가서 꼭 손을 씻어야 할텐데..
조회 수 :
386
등록일 :
2002.03.21
14:42:54 (*.115.130.132)
엮인글 :
http://www.tcf.or.kr/xe/freeboard/100898/b9c/trackback
게시글 주소 :
http://www.tcf.or.kr/xe/100898

강영희

2001.11.30
00:00:00
(*.248.104.254)
저도 처녀때는 (아참,선생님 처녀 아니지?),아무튼 애가 없을때는 어머님들과 그런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내아이를 생각하며 아이들을 대한다고 얘기하면 어머니들 마음이 푸근해지더군요.선생님이 아이들 사랑하는 모습 너무 좋아요....그리고 제글에 대한 격려 감사해요. [03/22-08:23]

한병선

2001.11.30
00:00:00
(*.108.115.155)
학부모는 참 선생 앞에서면 두렵습니다. 약자가 되는 거니까. 나도 그런데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죠. 선생님과 동등하다고 생각하기 보다 뭔가 지시받아서 해야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선생님이 부탁해 주면 너무 편하고 좋아요. 그것으로 역활이 정해졌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까. 시간이 지나면 감사함을 느낄거에요. 힘내길... [03/22-13:00]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738 남은 자를 위해 기도했으면... [2] 오승연 2009-05-27 333
737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바라보는 교사로서의 입장 [1] 박승호 2009-05-27 501
736 봉하에 다녀왔습니다 [1] file 류주욱 2009-05-28 348
735 예배사역에 동참 해 주실 분들을 기다립니다. 연구소 2009-05-28 342
734 선생님들 시간이 되시면 한번 쯤 읽어주세요..(참고로 좀 길어요^^;) [5] 박성하 2009-05-29 757
733 기독인의 바른 역사의식 [4] 김정태 2009-05-29 438
732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바라보는 교사로서의 입장 [2] 허현 2009-05-29 568
731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오승연 2009-05-30 1363
730 [좋은교사] 배움이 깊어집니다. 오승연 2009-05-30 484
729 아직도 회개없는 한국교회 [8] 강영희 2009-05-31 666
728 고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한 성서적 이해 김정태 2009-06-01 419
727 또 한번 긴글입니다. 시간나시면 읽어주세요^^ [4] 박성하 2009-06-02 516
726 나 자신을 포함한 한국교회와 성도들을 향한 안타까움 [4] 이현래 2009-06-02 414
725 보수적, 진보적 그리고 성경적... [4] 현승호 2009-06-02 679
724 [좋은교사] 미래를 선물해요! 오승연 2009-06-05 432
723 하나님 말씀이 희망임을... [1] 오승연 2009-06-09 496
722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낫다고... 오승연 2009-06-10 1521
721 [ 아버지 세미나 ] 제3회- 무엇 때문에 자녀는 아버지가 필요한 것인가? 연구소 2009-06-12 339
720 축 결혼 인천대표 결혼해요^^ 최영철 2009-06-12 487
719 AEF대안학교 신입생 모집안내 황서환 2009-06-12 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