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의 가정방문에 이어 또 한번의 순방, 야간 학원수강생들 방문길에 나섰다.
오늘 그 시작으로 학원 종합반에 다니는 대영(가명), 동규(가명)를 찾아 갔다.

보통 밤 9시 30분에 마친다고 하여 시간을 맞추어 간다는 것이 김밥을 챙기느라 9시 31분경에서야 학원 앞에 도착했다. 혹시 빨리 귀가한 것은 아닐까? 한 5분 여 기다렸다고 생각했는데 학생들이 나오지 않는다. 대영에게 휴대폰을 걸어보았다. 벌써 지하철 명덕역을 지나고 있다고 한다. 명덕역은 학원이 있는 지하역사로부터 2코스를 지나간 거리이다. 되돌릴 수도, 따라 가서 만날 수도 없는 일이어서 내일 학교에서 만나기로 했다.

김밥을 내일 아침에 먹을 수는 없는 일이고... 출출한 시간에 드시라고 학원 앞에서 서점을 운영하시는 모 장로님을 찾아 갔다. 아이들이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고 신선해 하신다. 잠시 뒤, 대영이의 휴대폰으로 약간은 고무된 상태의 동규가 연락을 해온다. 지금 찾아 오겠다고, 이제 막 전철을 내렸다고 한다. 말릴 사이도 없었다. 막무가내로 온다고 한다. 서점문을 닫아야 하기에 약간은 눈치가 보이지만 내심 그 열정이 대단해 보인다. “동규는 이런 열심이 있는 아이구나!” 수 분이 지나 그들이 서점을 들어선다. 동규의 이마엔 벌써 구슬땀이 가득하다. 선생의 갑작스런 방문에 이렇게도 반가움을 표현해 주다니 참 기특한 아이들이란 생각을 한다.

아이들이 아직 개봉하지 못한 김밥을 펴들고 막 먹고 있으려니 커다란 덩치의 학생들 네 명이 서점을 들어선다. 다들 친구들이라고 한다. 각기 다른 공업계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으면서 학원 공부를 같이 하고 있는 모양이다. 인사를 하는 자세들이 반듯하고 예뻐 보인다. 모두가 첫 인상도 좋고 의젓했다. 선입견일 수 있겠지만 좋은 친구들을 사귀고 있는 듯해서 다행스럽다.

학원 수강생들을 찾아 위문길을 나서기로 한 배경은 이렇다.
대다수 실업계 학생들은 어쩌다 중학교 때 성적이 뒤쳐져서 본인의 희망과 관계없이 실업계 진학을 하게 마련이다. 유유상종이라... 공부에 흥미도 없고 학교 환경도 쉬 적응하지 못한 이런 아이들을 모아 두었으니 자칫 학업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기도 쉽고 성취동기도 갖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공부에 관한 한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아이들인 것이다. 그런 아이들인데 일찌감치 목표를 가지고 공부를 시작했다는 자체가 그들로서는 크게 격려를 받고 칭찬 받을 만한 일인 셈이다. 그나마 학원 공부나 개인 과외를 받을 수 있는 아이들은 경제적으로는 부유한 편이다. 대개 실업계 학생들은 뒤쳐진 공부를 보충하고 싶어 학원이다 또 다른 방법을 강구해보고 싶어도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아이들이 더 많은 게 사실인 것을...

항간에는 이렇게 대학 진학을 원하는 실업계 학생들이 많고 따라서 고 입시에 실업계 지원율이 계속 미달 사태를 빚자 실업계의 기능을 전문대학으로 옮기고 실고를 인문계화 하자는 여론도 있다. 지난 해, 내가 몸담고 있는 학교에서도 인문계로 학제를 개편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동창회가 주축이 된 추진세력과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과의 의견 충돌로 인해 학교 현장이 매우 어수선하고 갈등이 골이 깊었다. 늘상 그렇지만 교육현장의 갈등의 불똥은 아이들에게 곧 바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저런 와중에 지금 현장에 있는 우리 학생들에게는 인문계다 실업계다 하는 논의 자체가 사치인 것 같다. 피교육생의 입장에서 보면 시간이 지나가면 그만큼 마땅히 배워야 할 것은 배울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교육은 어떤 노력을 통해서든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이라는 시간에, 바로 교사인 우리에게 주어진 아이들에 대한 책무가 너무 중하고 중한 것이다. 밤낮을 돌보며 기도해야 할 책임을 부여받은 것이 바로 교사이다.

오늘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야간 심방을 시작해 보았지만 기대 이상의 반응 - 아이들의 눈빛에서 담임에 대한 신뢰를 읽을 수 있었다. 늘 이런 일을 마음에 주셨지만 즉각 순종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자책을 해본다. 아이들을 섬기는 일에 더한 열심을 주시기를 기도한다. 잃은 양을 찾아 나서신 주님의 열심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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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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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9 당신에게 귀한 영혼이게 하소서 469     2002-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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