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에만 올라가던 뒷산을 어제는 낮에 등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와 친한 우리 학교의 ㅇㅇ선생님께서 우리 동네의 국립 공원 안에 있는 500여 미터 높이의 유명한 산, 사패산(賜牌山)으로 학생들과 함께 등산하러 오겠다고 하셔서 약속 시각인 정오에 맞추어 역으로 나갔습니다.

정오 5분 전에 제가 역에 도착했을 때는 역에는 아무도 와 있는 학생이 없었습니다.

정오가 지나면서 전철이 오니까 비로소 학생들의 모습이 하나 둘씩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그런데 우리가 역을 떠난 것은 약속 시각인 정오에서 1시간이 지난 오후 1시였습니다...(그랬어도 학생들이 다 오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더 기다릴 수가 없어서 그만 떠났습니다) 

코리안 타임이 성인보다 학생들에게서 더욱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생각이 새삼스러이 들면서 우리의 자녀 교육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보았습니다.

산 중턱에서 점심을 먹느라고 좀 더 지체되었는데 그래서 정상에 선 것은 등산을 시작한 지 2시간 20분만인 오후 3시 20분이었습니다. 제가 혼자 올라가면 아무리 늦어도 1시간 반이면 충분한데 점심 식사 시간을 감안한다고 해도 상당히 제체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산에는 부드러운 햇살이 퍼지고 있었습니다. 단풍도 많이 들어 있어서 보기가 좋았습니다.

식구들 중심의 등산객들이 와서는 쉬며 멀리 바라보이는 백운대며, 인수봉이며 만경대, 오봉, 자운봉, 포대 능선 등의 수려한 산봉우리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ㅇㅇ선생님께서는 학생들에게, 

'여기서 바라보이는 저 아름다운 산의 모습은 한국에서도 몇 군데 안되는 아름다운 모습 중의 하나다. 그러니 마음껏 봐둬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도 와서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로 아름다운 광경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철따라 산의 모습도 달라지는데 오늘 단풍든 산의 모습은 정말로 아름답기 그지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아름다운 여기에 수도권 외곽 순환도로로 8차선 도로를 낸다는 건교부의 발표로 인해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번에 주민들이 집단 반대 서명을 했으며 이 산 곳곳에 그런 현수막도 걸려 있습니다.

세상에...여기에 누가 도로를 만들겠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까?...편리하기만 하면 된다는 발상은 또 다른 테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산을 어떻게 마구 훼손할 수 있습니까?...제발 그런 무모한 발상을 건교부가 철회하기를 다시 한번 바라며 다시 산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는 제 눈에 가마귀 십여 마리가 날아다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무 가지 위에 다달은 가마귀 같이...

가마귀를 보면 재수가 없다고 하는 말이 있지만 저는 가마귀에 대해서 남다른 추억을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어렸을 적에 시골에서 살았는데 하루는 아버지가 밭에 나가셨다가 가마귀 한 마리를 잡아 오신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며칠 동안 그 가마귀에게 소 여물통에서 삶은 콩을 골라서 먹이던 생각이 나고 그 것을 받아 먹던 가마귀 눈망울이 생각이 나기 때문입니다...

그 뒤 그 가마귀를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뒤부터 가마귀를 볼 때마다 저는 그 가마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산에 1시간 가까이 머문 것 같고 마침내 해개 꽤 기울었을 때에 하산을 하는데 학생들의 체력에 차이가 나서 중간에 길이 희미한 곳에서는 뒤 따라오는 학생들을 생각해서  기다리고 하다가 보니 1시간이면 내려올 산을 오후 2시간 반 가까이 걸려서 6:20에야 겨우 내려왔습니다.

체력 수준이 제각기 다른 학생들과 함께 등산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이제는 혼자서 산에 다니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래야 산을 제가 뜻한대로 볼 수 있고 방해 받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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