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뿌리

은혜와진리
민들레 뿌리

도종환

날이 가물수록 민들레는 뿌리를 깊이 내린다
때가 되면 햇살 가득 넘치고 빗물 넉넉해
꽃 피고 열매 맺는 일 순탄하기만 산 삶도 많지만
사는 일 누구에게나 그리 만만치 않아
어느해엔 늦도록 추위가 물러가지 않거나
가뭄이 깊어 튼실한 꽃은커녕
몸을 지키기 어려울 때도 있다
눈치빠른 이들을 들판을 떠나고
남아 있는 것들도 삶의 반경 절반으로 줄이며
떨어져나가는 제 살과 이파리들
어쩌지 못하고 바라보아야 할 때도 있다
겉보기엔 많이 빈약해지고 초췌하여 지쳐 있는 듯하지만
그럴수록 민들레는 뿌리를 깊이 내린다
남들은 제 꽃이 어떤 모양 어떤 빛깔로
비칠까 걱정할 때
겉뿌리 다 데리고 원뿌리를 곧게 아래로 내린다
꽃 피기 어려운 때일수록 두 배 세 배 깊어져간다
더욱 말없이 더욱 진지하게 낮은 곳을 찾아서



도종환님이 교사였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았어요. 그래서 그런지 이 시가 달리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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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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