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의 교훈

며칠 전 어느 날, 아침까지 내리던 비가 그치고 맑게 갠 한낮의 길에는 수많은 단풍잎들이 떨어져 아름다운 정취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 잎들이 하도 예뻐서 밟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겼다. 돌아오는 길에는 한참을 웅크리고 앉아서 예쁜 잎들을 제법 많이 주워 들고는 아내에게 가져다주었다. 뿌듯한 마음과 함께...

단풍과 낙엽으로 아름다운 계절이 벌써 지나가고 있다. 식물의 잎은 양분 생산을 담당하는 기관인데, 나무가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단풍이 들게 된다. 낮이 짧아지고 햇빛이 약해지면 포도당을 생산하는 광합성의 효율이 떨어진다. 기온이 영하를 오르내리면 수분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데 잎에서는 계속 증산작용이 일어나 말라죽거나 얼어 죽기 쉽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나뭇잎과 가지 사이에 떨켜층을 형성하여 물관과 체관을 폐쇄하고 결합력을 약하게 만든다. 그리하여 폭풍에도 견디던 나뭇잎이 잔바람에도 힘없이 떨어져 낙엽이 되고 만다.

떨켜층의 형성과 함께 잎에서는 엽록소의 분해가 진행된다. 원래 잎에는 나름의 색소가 있는데 광합성을 하는 엽록소에 의해 가려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잎들은 녹색을 띄고 있다. 그러므로 잎 속의 엽록소가 분해되면 원래 지니고 있던 색깔이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줄기로 이동하지 못한 채 남아 있던 포도당 등이 화학반응을 거쳐 붉은 색소를 만든다. 이와 함께 엽록소의 분해산물들도 색소의 생성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빠르게 변해가는 가을 기온과 햇빛, 수분 등의 조건이 이러한 과정에 복잡하게 작용하여 다양하고 아름다운 단풍의 색을 발현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아름답던 잎들은 오래지않아 줄기에서 분리되고 그 자리는 감염에서 보호되도록 단단하게 마무리된다. 그리고 분리된 잎들은 낙엽이 되어 뿌리 주변을 온통 뒤덮는다. 쌓여있는 낙엽들은 뿌리가 얼지 않도록 덮어주며 수분 공급이 끊이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봄이 되면 낙엽들은 거름이 되어 새싹을 틔우는 자양분 노릇을 한다. 이렇게 나무는 겨울을 나고 다시 생동하게 되어 푸르른 삶을 이어가게 된다.

때로는 우리 인생에도 겨울이 찾아온다. 다가올 혹독한 추위에 마음이 짓눌리고 낙심하게 되면 희망이 보이지 않게 된다. 그럴 때면 자연을 통해 가르치시는 교훈과 지혜를 배우자. 버림으로써 겨울에 대비하고 다시 올 봄날을 인내하며 기다리는 나무로부터...

인생의 겨울이 다가오면 삶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내려놓자. 그리고 비우고 버려야 할 것을 하나하나 정리하자. 겨울은 커져버린 외형을 추스르고 바로잡으며 내면을 채우는 시간이다. 따스한 햇볕 내리쬐는 생명의 봄을 소망하자. 아파하고 인내하는 이 시간들이 하나님 보시기에는 단풍처럼 아름답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