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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광복절입니다. 집에서 가정예배를 간만에 드리는데 첫찬송을 찬송가 9장 ''하늘에 가득찬 영광의 하나님'으로 부르고 성경읽기를 출애굽기 15장을 읽고 가족간의 느낌을 나눈 뒤 마지막 찬송을 582장 '어둔밤 마음에 잠겨'를 부르고 주기도문으로 예배를 마무리했습니다.

 

지난 12일 주일에는 새문안교회 1부예배에 참석해서 광복절 기념예배를 드렸습니다. 새문안교회로 간 이유는 교독문 101번, 찬송 582장 포함, 애국가 제창이 예배 순서로 잡혀 있어서 그랬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은, 광복절 예배에 대한 것보다는 제목에 나온 대로 찬송가 582장에 대한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582장... 가사가 이렇습니다.

 

새찬송가 582장. 어둔밤 마음에 잠겨
어둔밤 마음에 잠겨 역사에 어둠 짙었을때에
계명성 동쪽에 밝아 이나라 여명이 왔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 빛속에 새롭다 이 빛 삶 속에 얽혀 이땅에 생명탑 놓아간다

옥토에 뿌리는 깊어 하늘로 줄기가지 솟을때
가지 잎 억만을 헤어 그 열매 만민이 산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 일꾼을 부른다 하늘 씨앗이 되어 역사의 생명을 이어가리

맑은 샘 줄기용 솟아 거칠은 땅에 흘러 적실 때
기름진 푸른 벌판이 눈앞에 활짝 트인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 새 하늘 새땅아 길이 꺼지지 않는 인류의 횃불되어 타거라.

 

뭐... 솔직히 찬송가 같지 않은 가사입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많은 교회에서들 부르더군요. 특히 지난 주 같이 국가기념일이나 관련 행사가 예배와 관련있을 때는 말이지요. 제가 섬기는 교회는... 안부릅니다.

 

제가 내년이면 40년 근속입니다만, 경험하고 들은 바로는 부른 적이... 없다 합니다. 왜냐. 이 찬송가는 기독교장로회 교단의 김재준 목사와 문익환 목사가 작사한 곡입니다. 제가 섬기는 교회의 교단은 예장합동인데, 이 두 교단은 같은 '장로회'이면서 상당히 스타일이 다릅니다. 뭐 한국교회사를 조금만 공부해도 왜 이 두 교단이 스타일이 다른지, 그리고 사이가 안 좋은지는 아실 듯 싶고, 이걸 이야기했다가는 글이 너무 길어질 듯 싶어 넘어가겠습니다. 그러니 제가 섬기는 교회에서 안 불려지는 것은 이해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무슨 생각으로 광복절이 주일인 2010년에 저희 교회에서 드려진 광복절 기념예배는 커녕 나라사랑에 대한 설교말씀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많이 실망했습니다. 역사를 전공하고 가르치는 사람의 입장에서 광복절이 주일인데도 그런 것을 보면 참 기가 막히고, 여기서 조금만 엇나가면 가인의 제사와 다를 게 뭔가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솔직히 한국 장로교회가 주기철 목사님을 출교한 적도 있으니... 그게 찔리는 분들 입장에서는 광복절이 재앙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해보게 됩니다... 그런 생각으로 안 드린다면... 아니리라 믿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은... 제가 섬기는 교회의 광복절 바로 전 주일의 예배 모습이 정말 아니다 싶고, 다른 문제도 있다 생각되며, 우리 교사들도 이런 모습을 지니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직회에서 만약에 8월 둘째 주 예배 때 582장을 우리 교회는 왜 안부르냐고 그랬다 합시다. 과연 어떻게 될까요. 젊은 주제에, 아는 척 한다는 말이 안 나올까요. 아이들이 교사에게 어떤 요구를 할 때 그 요구를 듣고 아니다 싶어 아예 이런 식으로 아이들에게 대하면 그 아이와 교사와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말할 필요가 없지요...

 

그런데, 582장이 나라 사랑에 대한 내용이 있지만 가사가 아니다 싶으니 다른 찬양(삼천리 반도 금수강산, 어느 민족 누구게나 등) 으로 부르자는 식의 말씀을 하는 어른이나 목사님이 계시다면 제가 그 분의 말씀에 대해 582장을 부르자고 고집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없을 겁니다. 아이들이 하는 요구를 듣고 그 속에 있는 욕구를 파악하여 대안을 제시한다면 그 대안에 대하여 반항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요...

 

제가... 2008년부터 제가 섬기는 교회의 8월 둘째 주 예배는 무조건 광복절 기념예배를 드리는 교회로 가서 드렸습니다. 목사님들한테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보다는 그냥 제가 피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말이지요. 괜히 시끄러워지고... 하기도 해서 말입니다. 아마 사랑의교회에서 드린 예배에 대해서는 예전에 쓴 기억이 납니다...

 

성도의 욕구를 적절한 방향으로 이끌지 못하는 교회나... 아이들의 욕구를 적절한 방향으로 바꾸어 주지 못하는 교사... 이런 모습을 과연 주님께서 기뻐하실까요. 모든 스승의 스승 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과연 기뻐하실까요. 뭐 다른 것은 잘 할수도 있고, 상급이 있을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런 점에 있어서는 말입니다...

 

내일이 개학입니다. 아이들의 욕구에 시달려야 할텐데, 이런 욕구를 적절한 방향으로 이끌어 주어야 할텐데, 힘들고 지치다 보면 그러지 못하는 건 아닌지, 아이들의 욕구를 바람직하게 이끌어 주는 능력을 주시도록 기도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뭐 이런 글을 다른 때 쓰면 어색할 듯 싶어서 오늘 써 보았습니다. 남은 한 주 쉬시는 분들은 편히 쉬시고,  저처럼 개학하시는 분은 힘 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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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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