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6학년 담임,

2010학년도 1학기는 그 어느해보다도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긴 한 학기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드디어 내일이면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일입니다.

그간 어떻게 버티어 오셨나요?

아래에 우리와 비슷한 심정을 지닌 한 선생님의 고백을 퍼올립니다.

그리고 맨 아래에 '교육주권운동' 카페에 방문해서

반교육적인 일제고사에 대해 우리의 의견을 남기는 것

꼭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Posted at 2010/07/12 07:05// Posted in 일상다반사 Posted by 우물  

 

특명? 부진아를 없애라!

드디어 왔다. 지긋지긋한 시험 준비의 마침표를 찍는 날이 왔다.

사흘 후에 국가성취도 평가일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일제고사 보는 날이다. 6학년 담임을 맡고 아이들과 시험 준비로 한 학기를 보냈다. 아이들도 너무 지겹고 힘든 나날이었겠지만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을 맡은 나도 너무 지겹고 힘든 날들이었다.

작년까지 10월13일-14일에 보던 일제고사가 갑자기 7월13일-14일로 앞당겨지면서 6학년 1학기는 내내 시험 준비에 시달려야 했다. 작년에 없던 중간고사도 일제고사를 대비해야한다는 이유로 새로 생겼다. 작년 일제고사 성적이 우리 지역에서 꼴찌에 가까웠다는 이유였고, 학력을 올려야 한다는 지상명령을 거역할 수 있는 사람은 학교에 존재할 수 없었다. 그래서 모든 학교의 행사와 일정은 모두 일제고사에서 높은 성적을 올리는 것으로 맞추어져 버렸다.



우선 부진아를 없애야 했다. 가장 부진아가 많은 과목은 수학이었다. 그래서 수학나머지 공부가 시작되었다.

3월초에 본 진단평가를 근거로 60점 미만의 아이들이 남겨졌다. 아이들은 너무도 싫어했다. 일단 공부를 못 한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친구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간고사 시험을 보니 국어, 사회, 과학의 부진아가 많이 생겨났다. 6학년 사회는 역사를 배우는데 단군신화에서 87년 6월항쟁까지 배우는데 너무 어렵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재미있게 배워도 시험으로 나오는 역사문제는 너무도 까다롭다. 국어 지문은 너무 어렵고 길어서 항상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과목이었고, 과학은 외울 것이 너무 많다. 생물의 분류, 동물의 분류, 지진, 암석등 외우야먄 하는 어려운 내용들이 많다.



7교시 남기고, 전기세 때문에 에어콘 끈 채 공부하라는 학교

시험을 통해 점점 줄어야할 부진아가 가면 갈 수록 더 많이 생겼다. 학교는 시험을 볼 수록 당황했지만 별다른 뽀족한 방법을 찾지 못 했다. 그래서 7교시가 시작되었다. 그냥 무식하게 학습시간을 늘려 외우고 문제를 풀게만 했다. 학교는 문제지 회사에서 가져다준 국가성취도 평가 문제지를 풀게 하고 채점해 주라고만 했다. 아이들은 격렬히 항의했다. 7교시는 하기 싫다는 것이었다. 문제만 풀고 있는 시간이 너무도 지겹고 공부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인권, 아동의 권리 등은 온데 간데 없고 7교시는 강행되었다.



나는 반대했지만, 혼자서 막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기말고사를 보았다.

인천시 교육청에서 만든 문제은행 문제로 출제하라는 지침대로 기말고사를 출제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중간고사보다 평균이 5점 이상 떨어져 버린 것이다. 기말고사 성적에 실망한 아이들은 6월말 기말고사를 본 이후부터 문제를 성의 있게 풀지 않는다. 너무도 지겨워서 답을 베끼거나, 아무거나 찍어놓는다. 나와 다른 교사들도 더워지는 날씨와 늘어나는 아이들의 짜증에 지쳐버렸다. 7교시를 시켰으나 행정실은 전기세가 너무 많이 나온다는 이유로 에어콘 가동을 해 주지 않았다. 덥고 짜증나는 교실에 더 이상 교육은 없다. 그저 돈만 아끼려는 학교, 문제풀이만 하라는 학교라는 거대한 학원만이 남았다.



어떤 학교는 아이들은 저녁 9시 10시까지 자율학습을 시키고 있다는 충남 지역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어떤 학교는 노는 토요일에도 학교에 등교시켜 문제를 풀게 하는 학교가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그리고 6학년 담임선생님들이 모일 때면 '우리 학교는 너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냐'라는 걱정을 한다. 아마도 전국에 있는 모든 초등학교 6학년 교사들의 무서운 고민일게다.

등수 때문에 진실된 참교육은 사라지고

어떤 학교에서는 기말고사 국어문제로 “오케이”가 외래어라는 답지를 맞는 것으로 고르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한 아이가 네어버와 표준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오케이는 외래어가 아니라 외국어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담임은 동 학년에 옳은 답이 없으니 이 문제를 모두 정답처리할 것을 이야기 했으나, 지도서에 외래어라고 나와 있는 것을 근거로 다수결로 외래어라고 결정하였다가, 학부모들의 항의로 정답처리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중한 대목은 6학년의 한 교사를 빼고는 모두 오케이를 지도서에 나와 있는 대로 외래어라고 가르친 것이니 우리에게는 잘못이 없고, 외래어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고, 이를 정답처리하면 피해자가 생기기 때문에 정답처리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피해자가 생기는 것은 이 문제를 맞춘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모두 정답처리 할 경우 등수에서 피해를 본다는 것이었다. 시험이 아이들이 제대로 배웠는지 아닌지! 진실이 무엇인지를 갈르쳐야 할 초등학교 교육현장에서 진실은 사라지고, 등수만이 최고로 고려해야 할 교육적 관심사가 되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이 사실이 너무도 나를 슬프게 한다.



일제고사는 교육이 아니다. 이해하지도 못하는 수많은 지식을 아이들에게 강제로 주입하고 있을 뿐이다. 시험이 끝나면 일주일도 안 되어서 모두 잊어버릴 쓸데없는 지식을 선생님은 가르치고 아이들은 시험을 보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은 배우는 것이 즐거고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지겹고 짜증나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성적으로 나타는 결과만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나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게 되었다. 일제고사를 시작된지 3년이다. 일제고사 효과는 대단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체념과 무기력감이 학부모들에게 횡횡하고 있다. 외국으로 이민 갈 수 없는 처지를 원망할 수밖에 없는 학부모와 상담해야 하는 나는 '대한민국의 6학년 담임교사'다.



내가 반년 동안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일까?

6학년을 가르치는 일은 힘들지만 보람 있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졸업하고 초등학교의 담임을 기억하고 찾아오는 기쁨도 있지만, 사춘기의 방황이 시작되는 아이들과 의미 있는 추억들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올해 6학년 담임의 반년은 일제고사 준비로 시작해서 일제고사를 보는 것으로 끝나 가고 있다. 난 기말고사가 끝나고 교장의 반대를 무릅쓰고 반 전체 아이들과 함께 애버랜드에 토요일 수업을 마치고 다녀왔다. 아이들은 정말 행복한 얼굴로 신나게 놀았고 밤 10시 가까운 시간에 돌아왔다. 그리고 난 생각했다. 내가 반년동안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일까?


"일제고사는 아이들에게 할 교육이 아니다!"

일제고사를 사흘 앞 둔 지금 양심을 가진 대한민국의 교사인 내가 외치고 싶은 말이다.


교육주권운동(http://cafe.daum.net/31edu)에서 13일 저녁 7시에 온라인 집회를 합니다.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네티즌들의 많은 참여바랍니다. 장소는 다음 아고라 포토즐입니다. 링크는 교육주권카페에서 제공합니다.

조회 수 :
1459
등록일 :
2010.07.12
13:14:33 (*.242.29.130)
엮인글 :
http://www.tcf.or.kr/xe/freeboard/147686/2da/trackback
게시글 주소 :
http://www.tcf.or.kr/xe/147686

한연욱

2010.07.16
09:39:23
(*.113.18.106)

일제고사에 대한 간사님의 글에 댓글 달려니 조금 겁나네요^^; 민간인 사찰이 이뤄지는 마당에 이거 붙잡혀 들어가는 거 아냐하는 생각이.....농담입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읽고서 느낀 점은 현재 우리 나라의 교육에 철학이 없다는 것입니다. 철학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의라는 것을 허심탄회하게 다룰려면 성경적인 배경이 반드시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마이클 샌델교수의 책을 읽으며, 한마디로 저는 '한 영혼이 온 천하보다 귀하다'라는 말씀에 정의의 본질이 들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제고사는 마치 학생들을 기계 부품처럼 다룬다는 느낌이 들어서 저도 왠지 꺼림직 하네요. 이러다가 초등학생 한명 당 가격까지 매겨지는 건 아닐런지. 참고로 미국인 한 명의 가격은 200만달러이고, 한국인 한  명의 가격은 3억정도 한다는 군요. 사람의 가격을 매긴다는 것 자체가 꺼림직하지만, 우리 교육은 이미 사람가격을 매기고 있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sort 추천 수 비추천 수 날짜
478 Re..아 감독님! 359     2002-01-04
그립습니다. 모두... 짧은 시간에 애 많이 쓰셨어요. 기획력과 구성력이 돋보였습니다. 평범을 뛰어넘는 은사를 부여받으셨더군요... 춘천에서 뵙겠습니다. 고마웠습니다. ^_^  
477 새학기,잘 지내시지요? [4] 359     2003-03-05
모두 바쁜 모양입니다. 저도 학급운영,교과 시간 시작이 만만치 않군요. 하지만 새로운 상황, 새로운 아이들, 하나님 예비하심 가운데 준비된듯한 상황. 이 모든것이 감사한 요즘입니다. 교무업무는 상담계, 그리고 교과시간에 협동학습과 수업평가를 하는 것...  
476 행복하세요 [1] 359     2003-05-16
tcf에 문득 들어왔다가 선생님 결혼 소식을 접했습니다. 행복하세요. 결혼생활이 없었다면, 인생을 아는 깊이와 넓이, 그리고 주님을 만나는 만남의 깊이에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는 생각에, 선생님의 결혼을 통해서도 주님을 만나는 만남의 깊이와 넓이가 더욱...  
475 Re..수련회 등록자 명단은...? 358     2001-12-03
아직 미지수 입니다. 같이 모임을 하고 있는 오승연 선생님과 강문희 선생님도 그 때 다른 연수와 학교일이 겹칠 것 같습니다. 다른 선생님들께도 홍보하고있습니다. 기도해 주세요!  
474 울산인데요^^ 358     2001-12-15
안녕하세요.. 저는 울산에 있는 초등교사입니당 수련회에 참석하고 싶은데요..혹시 울산에서 출발하시는 분이 있나 해서요.. 지리도 잘 모르고, 논산은 한 번도 가본적이 없어서용... 혹시 울산이나 울산 근처에서 출발하시는 분이 계시면 멜로 연락 부탁드릴...  
473 아.. 끝났구나. [9] 358     2001-12-30
서울 TCF 선생님들과 같이 수련회를 내려왔습니다. 저 때문에 윤남석 선생님이 절반 이상을 서서 오셨고 뻔뻔한 저는 차비도 하지영 선생님이 내 주시고 휴게소에서 온갖 것을 다 뺏아먹고.. ^^; 관악구청에 내렸는데.. 그 앞에 있던 경찰관의 무전기가 '치직'...  
472 제안 한가지 합니다. 358     2001-12-31
선교사님들이 사역지에서 사역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쓰듯이 우리들도 한해가 마무리되면 사역 보고서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해 봅니다. 아래는 사역 보고서를 쓸려고 초안을 잡았다가 영성이 뒷받침 되지 않은 관계로 미루고 있다가 대구교대sfc동문회( http://g...  
471 의외로 감상적이죠? ^^ [1] 358     2002-01-15
비가 오면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우산을 쓰고 여기 저기 걸어다니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전화하고 싶어집니다. 지금 빗소리 너에게도 들리냐고.. 안 들리면 내가 들려주겠다고 괜시리 전화기를 비에 갖다 대기도 합니다. 눈이 오면 더 마음이 들뜨는 것 같습...  
470 사랑니 [1] 358     2002-05-07
치과에 가서 이렇게 저렇게 이 검사를 하다가 계속해서 자라나고 있는 사랑니를 뺏습니다. 그리고.....또 저의 사랑도 갔습니다. 만남부터 헤어짐까지.... 정말 쉽지 않더군요... 그래도 그 가운데 하나님의 섭리가 있을 것을 바라봅니다. 기억날 때마다 기도...  
469 결혼을 축하합니다!!! [3] 358     2002-08-12
아직 2주가 남았지만 미리 결혼소식을 올립니다. 춘천의 핵심리더 송민아선생님이 김현태형제님(강원 IVF)과 결혼을 합니다. 오랜시간 교제를 나눈 두 형제자매가 이룰 가정을 위해 기도하며 소망을 갖게 되구요, 서울에서 결혼식을 올리는데 오실수 있는 분들...  
468 수련회 팜플렛을 구할 수 있을까요? [4] 358     2002-11-26
이번 겨울 수련회 가고자 하는 학생입니다. 수련회 팜플렛을 받을 수 있을까 해서 문의 드려요. 그리고, 장소가 나사렛 대학교인데, 개인적으로 찾아가는 것인지, 아니면 지역별로 모여서 가는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참고로 , 저는 교사를 희망하고 있는 대학...  
467 뒷북 [1] 358     2004-09-21
그동안 집의 컴이 병을 앓아서 아주 오랜만에 들어와 보니 홈이 아주 많이 바뀌었네여. (뒷북임다) 드디어 강릉 게시판도 제대로 된 자리를 얻고... 감사합니다. 강릉 만들어주셔서^^ 앞으로 더 많은 지역의 이름이 가득 채워지길 소망하며...  
466 (전격공개) 이번에 구입하게 될 유니폼 입니다. [2] file 358     2005-06-15
 
465 프로젝트 학습에 관심있으신분..좋은연수기회있습니다. 358     2007-05-08
프로젝트 학습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기윤실 안양 모임에 김삼진 선생님이 나오고 계시는데, 미래교육을준비하는한국교수학습방법연구회장이시기도 합니다. 프로젝트 학습이 제가 알기에는 모듈 중심으로 수업을 구성하는 방식인데, 참여 교사들이 반응이 매...  
464 [알림] 8월 전문가 과정(위니캇, 코헛 이론) 안내 358     2009-06-18
◈ 월요강좌 - 동반의존증에 대한 이해와 치료적 접근 - 배우자(타인)를 구하겠다는 책임감에 불 타서 자기의 인생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사는 사람들, 자기가 도와주고 함께 하면 배우자가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자기를 사랑 할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며, 이러한...  
463 수련회 광고 입니다. -필독 357     2001-12-17
1. 가족 방 여유분이 이제 없습니다. 오늘 이후로 신청 하시는 분들은.. 죄송하지만.. 가족방은 .. 조금 힘들것 같습니다. 대신 .. 가족끼리 자주 만날 수 있는 좋은 수련회 분위기를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2일 이후.. 숙소배정이 끝나면 가족방에 당...  
462 별자리 알고 싶으신 분... 357     2001-12-20
겨울철에는 4계절 중에서 별을 보기가 가장 좋습니다. 신비를 많이 간직한 오리온 자리 지구에서 가장 밝은 별인 큰 개자리 스피카 작은 개 자리 마차부, 황소자리, 쌍둥이 별 .... 그리고 기본적인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아, 북극성... 프로그램이 끝난 저녁 밤...  
461 18일 -혼자 가기 아까운 모임에 초대합니다. file 357     2002-02-16
 
460 소망 357     2002-02-19
이렇게 2월이 가고 있어요.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고집과, 부드럽지 못한 마음밭이 아름답게 바뀌어가길 소망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의 맘 속에는 하나님의 아름다운 형상이 더 선명하게 되기 소망합니다. 그리고 tcf지체들 모두에게 그러하시길 소망합니...  
459 드디어 오늘입니다! [1] 357     2002-03-26
오늘 춘천 "좋은교사"3월 모임이 있는 날입니다! 제게 누군가가 그러더군요."선생님이 숫자를 품고 기도해야 그 인원이 오지요" 그렇습니다.하나님은 겨울수련회와 2월 모임에서 품고 기도한 만큼 정확하게 채워 주셨지요. 하지만 3월은 그리 많은 이들이 올지...